불황·고환율에 인지도 떨어지는 명품·아동복 '직격탄'
국내 중소업체도 브랜드 몸집 줄이기

불황의 여파로 국내 중소 패션업체들의 잇단 부도에 이어 수입·명품 브랜드마저 매출 부진,환율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국내 시장을 떠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해외 명품 의류 중 '마리나 리날디''아프리오리''바슬러''아쿠아스큐텀'(골프웨어 제외) 등이 올 가을 매장개편 때 국내 사업을 정리했다. 이들 브랜드는 불황 무풍지대로 불리는 '루이비통''샤넬' 등 특급 명품과 달리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그동안 매출이 부진했고,중소 수입업체들이 들여오는 것이라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원가 부담으로 경영난이 심했다.

특히 명품 아동복 브랜드들이 무더기로 퇴출되는 양상이다. 아동복 시장의 '럭셔리 열풍'에 편승해 지난해까지 앞다퉈 국내에 진출했던 '베이비디올''펌프킨패치''브룸스' 등이 올 들어 슬며시 자취를 감췄다. 또 진주로 유명한 일본 잡화 브랜드 '미키모토'는 지난 8월 국내에서 완전 철수했다.

브랜드를 접는 것은 아니지만 매장 수를 줄이는 해외 브랜드들도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관(명품관)에서는 '말로' 매장이 빠졌고 '막스마라'와 '미소니'는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현대백화점 천호점에서 각각 철수했다.


국내 중소 의류업체들은 상황이 더욱 심각한 상태다. 지난 8,9월 프로키즈컴퍼니,패션네트,트래드클럽 등 세 곳이 부도가 나 '베이비헤로스''마리끌레르''이지엔느''트래드클럽' 등 관련 브랜드들이 백화점 매장에서 빠졌다. 또 여러 브랜드를 거느린 중소 패션업체들은 가능성 없는 브랜드는 버리고 수익성 높은 브랜드 하나에 주력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올 가을 '헤이린''클럽코코아''리에스터리스크''허스트''미닝' 등의 브랜드가 자취를 감췄다. 이 밖에 현대백화점 목동점·미아점에 입점한 남성정장 '란체티'는 올 가을·겨울 시즌을 끝으로 백화점에서 볼 수 없게 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의류업체들이 장기 불황으로 판매부진을 겪으면서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다 경영난으로 도산하거나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이 겹쳐 브랜드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가을·겨울 상품은 이미 입고돼 그나마 환율 영향을 덜 받았지만 내년부터는 브랜드를 접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