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집전화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전화(VoIP) 번호이동제가 내달말 시행된다.

하지만 기존 인터넷전화 가입자들이 누려왔던 망내 무료 통화혜택은 사라지거나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29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인터넷 전화 번호이동제 시행의 걸림돌이었던 긴급전화 위치정보 시스템 구축작업이 성공리에 마무리되고 KT,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 등 사업자간 망 임대료 협상이 최근 타결됐다.

방통위는 이번 주 중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 시행에 관한 안건을 전체회의에 상정해 통과되는대로 '시내전화 및 착신과금(080) 서비스 번호 이동성 시행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고 규제개혁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거쳐 10월 하순께 고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070번호를 사용하는데 거부감을 갖고 있던 유선전화 가입자들도 현재 사용중인 번호를 바꾸지 않고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한 인터넷 전화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방통위 관계자는 "119 등 긴급구조기관에 전화를 했을 때 가입자의 위치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위치정보시스템의 테스트 작업이 지난 주 모두 끝났다"면서 "이 달 말에는 번호이동제가 본격 시행돼 이에 따른 통신비 절감 등 소비자 혜택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전화 요금은 업체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기본료 2천-3천원, 시내외 3분당 38원, 국제전화(미국 기준) 분당 50원으로 기본료 5천200원, 시내전화 3분 39원, 시외전화 10초 14.5원, 국제전화 분당 282원(표준요금)인 KT 유선전화보다 30-40% 가량 싸다.

KT의 긴급통화 전용회선인 알리스(ALIS)망 이용대가 협상은 가입자 100만명 이하 사업자의 경우 월 350만원으로 합의됐다.

하지만 번호이동제가 시행되면 인터넷전화가 유선전화망(PSTN)을 거쳐야 해 그동안 070 인터넷 전화 가입자간 누려왔던 무료 통화 혜택은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LG데이콤과 SK브로드밴드 등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번호이동제가 시행된뒤 망내 무료 전화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유선전화망(PSTN) 접속료가 분당 3.19원이 발생해 원가 부담이 커졌다"면서 "마케팅 차원에서 이를 자체 부담하는 업체가 있을 수 있지만 통신서비스 제고 차원에서는 소비자들이 일부 부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터넷 전화 가입자는 LG데이콤이 93만명으로 가장 많고 삼성네트웍스가 30만명, KT가 20여만명이며 SK브로드밴드는 지난 달부터 시장에 본격 뛰어든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 y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