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기자 "쇼를 보여주는 것보다 투사로서 희생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유럽 무대에서 뛰고 있는 해외파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려고 출장길에 오른 허정무(53) 축구대표팀 감독이 '희생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허 감독은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해외파 선수들은 항상 대표팀에서 뛰어왔고 능력도 갖췄을 뿐 아니라 대표팀이 처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해외파라고 해서 '뭔가 보여주겠다'고 하는 것보다 투사의 마음을 가지고 희생할 수 있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태하 코치와 함께 프랑스행 비행기를 탄 허 감독은 24일 자정(이하 한국시간) AS모나코-파리 생제르맹 전을 지켜보면서 박주영의 컨디션을 직접 점검한다.

허 감독은 이어 독일로 이동, 이영표(도르트문트)를 만나 면담하고 주말 경기를 관전한 뒤 모나코로 다시 돌아와 박주영 출전이 예상되는 AS모나코-FC릴(28일 자정) 전을 한 차례 더 보고 귀국한다.

허 감독은 프랑스리그에서 두 경기를 치른 박주영에 대해 "첫 경기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1~2경기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는 없다.

아직 적응도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박주영이 대표팀에 있을 때는 팬과 언론의 골에 대한 압박 때문에 부담을 많이 가졌던 게 사실"이라며 "그동안 골도 중요하지만 움직임이 좋아진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란 말을 많이 해줬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처음 해외리그에 진출한 만큼 현지 적응에 필요한 점과 문제점을 극복하는 방법을 얘기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박주영을 비롯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 설기현(풀럼) 등 항상 대표팀 발탁에 염두를 두고 있는 선수"라며 "하지만 대표팀 발탁 여부를 아직 말하기 이르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다음달 15일 치러질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을 앞두고 새 얼굴 발탁 가능성에 대해서는 "항상 K-리그를 지켜보고 있다.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는 선수가 많다"며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그는 또 최근 귀화 요건을 갖춘 K-리그 용병 선수의 대표팀 발탁 문제에 대해서도 "대표팀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며 "실력이 뛰어난 귀화 선수가 있다면 당연히 우리나라 국민으로 생각하고 원칙에 맞게 일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이운재(수원)와 이동국(성남)은 지난해 음주파문으로 징계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축구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며 "징계만 아니었다면 대표팀에서 주전경쟁을 해야 할 선수들이다.

그런 상황을 놓고 본다면 대표팀에 그리 좋은 상황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UAE 사령탑이 경질됐지만 꼭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만은 할 수 없다.

호재와 악재 모두 될 수 있다"며 "감독이 바뀌면서 시너지 효과를 얻는 경우도 있다"고 경계했다.

(영종도=연합뉴스)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