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취업 유학 연수 등을 위해 미국 캐나다 호주 중국 등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6년에 출국한 초·중·고 조기유학생이 2만9511명에 달했다. 대학생 및 직장인 단기 연수자까지 포함하면 연간 5만명 이상이 외국에서 장기 체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기간의 해외여행이나 출장으로 비자를 받을 때에는 별도의 건강검진이 필요없지만 일정 기간 이상 외국에 머물려면 해당 국가나 기업 학교의 요구에 따라 건강검진을 받고 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출해야 한다.

특히 초·중·고 유학생은 교실 기숙사 등에서 단체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 학교에서 까다롭게 점검한다. 만약 건강검진 서류가 미비하면 한동안 수업을 받지 못하고 현지에서 추가 예방접종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

외국행을 준비하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건강점검 사항은 크게 세 가지다. 결핵 등 호흡을 통해 감염될 수 있는 질환,에이즈 매독 임질 등 성병,정신분열증 인격장애 같은 정신질환에 걸렸는지 여부다. 자국에서 장기간 거주할 때 공중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감염성 질환을 예방하려면 예방백신을 반드시 맞아야 한다. 각 대사관이 정한 연령별 표준 예방접종 목록에 따라 예방주사를 맞는다. 미국은 1996년 9월 개정된 이민법에 의거해 1997년 7월 이후 비자 면접을 받는 모든 이민비자 신청자에게 예방접종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으나 18세 이하는 대한소아과학회가 권장하는 접종을 받으면 되고 19세 이상은 대한감염학회가 정한 성인용 표준 예방접종표에 따라 예방백신을 맞는다.

18세 이하는 B형 간염과 A형 간염 주사를 맞아야 한다. B형 간염은 항체가 생기지 않은 경우 3회 접종을 받아야 한다. 미국에선 19세 이상의 성인에게는 B형 간염 예방백신을 의무화하지 않는다. 공기나 접촉으로 옮길 위험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성인은 보통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과 홍역·볼거리·풍진 백신,수두 백신을 필수적으로 맞아야 한다. 모든 가임기 여성은 풍진 예방백신을 맞아야 한다. 풍진에 걸린 줄 모르고 임신하면 기형아를 낳을 위험이 있어서다. 임신한 것으로 의심되는 여성이 이를 모르고 X-레이를 찍거나 예방접종을 받으면 태아에게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여기에 미국은 최근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을 11∼26세의 여성이 맞도록 의무화했다.

소아의 경우 대부분 주치의병원이나 단골병원이 예방접종 기록표를 갖고 있어 이미 맞았다면 추가 접종 없이 이를 증빙서류로 갈음할 수 있다. 그러나 성인은 이를 소지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대개는 병원에서 연령별로 요구하는 백신을 새로 맞아야 한다. 다만 추가 접종을 피하려면 항체검사를 통해 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미국은 모든 비자신청자에게 최근 6개월 이내에 찍은 흉부 X-레이 사진을 제출토록 요구하고 있다. 타인에게 옮길 수 있는 활동성 폐결핵이 의심되는 환자는 최근 3개월 이내에 촬영한 X-레이 사진을 내야 한다. 결핵은 약을 복용한 후 2주가 지나면 감염성이 사라지고 6개월이면 대개 완치되므로 감염사실을 알면 즉시 치료해 비활동성임을 입증해야 한다.

에이즈 등 성병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혈액검사도 실시한다. 성병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항균제로 조기 치료하는 게 필요하다. 성병은 어느 질환보다 중대한 결격 사유가 되므로 유의해야 한다. 남을 해칠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이나 약물중독 경험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비자발급 검진에서는 정신건강 문제를 꼼꼼히 체크하므로 사전에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해 대비해야 한다.

성인병은 감염성이 없고 개인의 질병이므로 비자 등을 받는데 이렇다할 결격사유가 되지 못한다. 다만 호주의 경우 요당 혈뇨 단백뇨를 체크해 신장 등에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고 있으므로 평소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이강숙 가톨릭대 여의도 성모병원 산업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