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이 올림픽 혼합복식에서 12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세계랭킹 10위인 이용대－이효정(이상 삼성전기) 조는 17일 베이징공과대학 체육관에서 벌어진 2008베이징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인 인도네시아의 노바 위디안토－낫시르 릴리야나 조를 2－0(21－11,21－17)으로 격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한국 배드민턴은 기다리던 금메달을 수확하며 이번 대회를 금 1개，은 1개，동 1개로 마감했다. 한국이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 김동문－길영아 조 이후 12년 만이다.

지난해 7월 본격적으로 결성된 이용대－이효정 조는 그동안 국제대회에 많이 출전하지 못해 랭킹이 그리 높지 않았지만 위디안토－릴리야나 조에게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상대가 세계랭킹 1위이긴 하지만 올초 말레이시아오픈과 코리아오픈에서 두 번 맞붙어 모두 이겼기 때문이다.

이－이 조는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았다. 1세트 초반 이용대의 강력한 후위 스매싱과 이효정의 네트 앞 드라이브가 빛을 발하면서 9－3으로 앞서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간혹 실수가 나오면서 9－6으로 쫓기기도 했지만 이효정이 네트 앞에서 과감한 끊어치기로 흐름을 끊은 뒤 이용대가 강력한 스매싱으로 1점을 보태 11－6으로 앞선 채 작전타임을 맞았다. 작전타임이 끝난 뒤에도 이용대의 스매싱 및 이효정의 드라이브와 헤어핀이 적절히 먹히면서 21－11로 가볍게 마무리했다.

기세가 오른 이－이 조는 2세트에서도 5－1，9－2，11－4 등으로 앞서나가다가 위디안토－릴리야나의 거센 반격에 휘말리면서 13－10까지 점수를 허용했다. 그러나 이용대가 스매싱으로 1점을 보탠 뒤 이효정의 연타가 성공해 15－10으로 다시 앞섰다. 이－이 조는 19－13으로 리드한 상황에서 연속 4실점해 19－17로 쫓기기도 했지만 이용대가 네트 앞 스매싱을 성공시켜 매치 포인트를 만든 뒤 이어진 강력한 스매싱을 위디안토가 걷어내지 못해 짜릿한 승리를 낚았다.

이용대－이효정의 우승으로 배드민턴은 통산 다섯 번의 올림픽에서 금 6개，은 7개，동메달 4개로 '효자종목' 전통을 이어갔고 이번 대회에서 여덟 번째 금메달을 수확한 한국선수단은 메달경쟁에서 탄력을 받게 됐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