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다음의 메일서비스 한메일의 순방문자수(주간 기준)가 지난 22일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2주 만에 110만명가량 급감했다. 이메일 시장 점유율(체류시간 기준)도 같은 기간 43.6%에서 42.3%로 떨어졌다. 아고라로 뜬 다음이 한메일의 암초에 걸린 것.다음의 아성이 흔들리면서 이메일 분야에서 포털들 간 전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흔들리는 다음의 이메일 아성

인터넷 시장 조사업체인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8월 첫째주(8월4~10일) 한메일의 순방문자수는 1283만명으로 2주 전인 7월 셋째주(7월21~27일) 1394만명에 비해 111만명 줄어들었다. 순방문자수는 조사 기간 동안 사이트를 찾은 방문자의 수(중복 방문은 1회로 계산)를 나타내는 지표다. 2주 만에 한메일에 발길을 끊은 네티즌이 100만명 이상이라는 얘기다.

네이버도 같은 기간 1046만명에서 1029만명으로 줄었지만 감소폭은 17만명으로 다음에 비해서는 적었다.

이에 비해 야후코리아,구글코리아 등 외국계 포털의 이메일 순방문자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후가 8월 첫째주 145만명으로 2주 전(136만명) 대비 9만명 증가했고,구글 역시 58만명에서 61만명으로 늘어났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이라 전체적으로 순방문자수가 감소하는 기간임을 감안하면 네이버는 선방,야후와 구글은 선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다음의 경우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2주 만에 111만명이 감소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메일 전쟁 시작되나

한메일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를 입은 네티즌은 약 55만명이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감소한 111만명 가운데 다시 돌아올 이들도 있겠지만 한메일 사고가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지 않은 네티즌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음 관계자는 "단기간의 지표로 성장성을 가늠하긴 어렵다"고 전제한 뒤 "한메일 점유율의 하락이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 없다고 볼 수 없다"고 인정했다.

한메일의 고전은 다음으로선 무시하기 어려운 악재다. 1997년 국내 처음으로 무료 이메일 서비스를 제공한 이래 줄곧 이메일 시장 1위를 수성해온 데 비상등이 켜져서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이메일이 포털의 수익과 직결되진 않지만 검색 등 다른 서비스에 네티즌들이 머물도록 붙잡는 수단"이라며 "다음은 성장 잠재력을 잃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쟁 업체들이 흔들리는 한메일의 아성을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야후코리아는 지난 6월 미국에서 선보인 'y메일(ymail.com)' 등 2개의 새로운 메일 계정을 발빠르게 현지화,지난 13일 국내에 내놨다. 야후코리아 관계자는 "다음 네이버 등 국내 메일 계정은 스팸에다 보안문제까지 겹쳐 가입자수만 많을 뿐 실제 중요한 용도로 쓰이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김경숙 구글코리아 상무는 "구글의 g메일은 회원 가입부터 개인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없는 데다 메일 저장 용량도 7기가바이트(GB)로 많아야 1GB를 제공하는 국내 포털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