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경제난이 법정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벌금을 한푼이라도 더 깎기 위해 약식기소 사건을 정식재판으로 바꿔 달라는 서민들의 청구가 늘고 고금리 등 악재가 겹친 부동산 경매법정에서는 낙찰률이 뚝 떨어지고 있다. 법원 파산부에는 고유가 등으로 인해 원가부담 등에 무너진 중소기업의 회생절차가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재판부의 정식재판이 열렸던 513호 법정.초췌한 얼굴의 50대 남자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신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를 받지 못하는 바람에 결국 회사 문을 닫게 되자 독일인 기술자가 체납임금 1500만원을 지급하라며 그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신고한 것.검찰은 그를 약식기소하면서 체불임금의 10분의 1인 150만원을 벌금으로 부과했지만 그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부동산 경매법정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쪼그라든 입찰건수와 떨어진 낙찰률,실수요자 위주의 경매물건 등 하나같이 얼어붙은 시장을 확인해주는 지표들 뿐이다. 경매 절차를 직접 진행한 서울중앙지법의 한 집행관은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서인지 실제 살 집을 찾는 사람들 외에 투자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낙찰률도 2~3개월 전부터 작년 동기대비 1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는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신청건수는 올 들어 7월까지 47건.지난해 전체 29건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증가폭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한 판사는 "경기침체의 여파가 아무래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을 먼저 강타하게 마련"이라며 "경제가 안 좋은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김정환ㆍ최창규 인턴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