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이 올림픽 첫 금메달 획득과 함께 다섯 차례 세계신기록을 수립함으로써 그의 독주시대를 예고했다.

장미란은 16일 열린 베이징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75㎏) 경기에서 인상 140㎏,용상 186㎏,합계 326㎏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인상과 용상 합계 세계기록을 모두 다섯 차례나 갈아치운 대기록이다.

장미란은 그동안 세계선수권대회를 3연패하면서도 세계기록을 보유하지 못한데다 올림픽에서도 정상을 밟지 못해 아쉬움을 줬었다. 장미란도 이를 염두에 두고 태릉선수촌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면서 세계신기록 경신을 남몰래 준비해왔다. 결국 베이징에서 경쟁자들을 멀찍이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명실공히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여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다른 선수들이 감히 추격할 생각을 못 하도록 입지를 다진 것이다.

현재 세계 여자 역도 판도는 중국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가운데 다른 나라들의 '눈치보기' 양상이다. 각국은 올림픽 역도에서 여자 7개 체급 가운데 4개 체급만 선수를 파견하도록 하는 출전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최강 중국이 출전하는 체급에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중국이 선택하지 않는 3개 체급에 승부를 거는 게 금메달 전략인 셈이다.

중국의 최중량급 특급 선수로는 전 세계기록 보유자인 딩메이유안과 탕궁훙이 손꼽혔지만 이들은 각각 노쇠화와 당뇨 등 질병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중국은 이에 장미란과 경쟁할 선수로 신예 무솽솽(25)을 전략적으로 키워 국제 무대에 내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년 연속 장미란에 밀리자 끝내 그를 올림픽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역도 관계자들도 중국이 숨겨두고 육성하는 선수가 없다면 당분간 장미란에 대적할 선수는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안효작 역도연맹 전무는 "장미란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세계적인 역도 선수로서 입지를 확고하게 굳혔다"면서 "아직 젊기 때문에 더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