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2008] 적수가 없다 … 역도여왕 '독주시대' 활짝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25ㆍ고양시청)에게는 금메달을 따기 위한 작전도 필요하지 않았다. '눈치 보기'가 메달 색깔을 바꿀 수 있는 역도 종목의 특성에도 불구,장미란에 대적할 만한 상대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미란은 16일 베이징항공항천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최중량급(+75㎏) 경기에서 인상 140㎏과 용상 186㎏을 들어 올려 합계 326㎏을 기록,277㎏을 든 올하 코로브카(우크라이나)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인상과 용상 합계에서 모두 다섯 차례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장미란은 한국 여자 역도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주인공이 됐다. 또 이번 올림픽에서 지난 13일 남자 77㎏급 사재혁(23ㆍ강원도청)에 이어 한국에 두 번째 역도 금메달을 안겼다. 한국 역도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전병관이 금메달을 딴 지 16년 만에 남녀 한 명씩 두 명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베이징 2008] 적수가 없다 … 역도여왕 '독주시대' 활짝
이날 장미란은 자신을 제외한 출전 선수 10명이 인상 3차 시기를 모두 마친 뒤에야 모습을 보였다. 장미란은 인상 1차 시기에서 130㎏을 가볍게 들어올리며 코로브카를 금세 6㎏ 앞서 나갔다. 자신감을 얻은 장미란은 2차 시기에는 136㎏을 들어올린 뒤 마지막 시기에서는 세계신기록에 도전했다. 무솽솽이 세웠던 139㎏보다 1㎏이 더 나가는 140㎏을 신청한 것.장미란은 하지만 제한시간 24초를 남기고 단숨에 들어올리는 괴력을 뿜어내며 이 대회에서 자신의 첫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적수가 없는 장미란은 용상 1차 시기에서 금메달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코로브카가 용상 153㎏을 들어 합계 277㎏으로 모든 시기를 마친 가운데 장미란은 1차 시기에서 175㎏을 가볍게 성공,합계 315㎏으로 금메달을 확보했다. 장미란은 기세를 몰아 용상 2,3차 시기에서도 종전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183㎏과 186㎏을 신청했고 전혀 흔들림 없이 성공했다. 장미란이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여자'임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장미란은 그동안 세계선수권대회를 3연패하면서도 세계기록을 보유하지 못한데다 올림픽에서도 정상을 밟지 못해 아쉬움을 줬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다른 선수들이 감히 추격할 생각을 못 하도록 입지를 다짐으로써 독수시대를 예고했다.

역도 관계자들도 중국이 숨겨두고 육성하는 선수가 없다면 당분간 장미란에 대적할 선수는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