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매일 아침 샤워를 하고 뜨는 해도 그렇게 맨몸으로 온다고 맨몸으로 믿는가 속옷을 갈아입고 향수마저 뿌리는가 내 슬픈 살이 마지막 수습될 경우 잘 보이려고 그런다 깨끗하지 못했던 만큼 깨끗하고 싶어서다 오늘 내가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른다 잘 수습되고 싶다 오늘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속내가 따로 하나 있기는 하지 염습(殮襲)은 평생 두고 스스로 혼자서 하는 거지

-정진규 '준비' 전문

생각해 보면 죽음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아무도 모른다. 참 난감하다. 오죽하면 삶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말까지 있을까. 시인도 삶을 죽음의 준비로 봤다. 매일 샤워를 하고 속옷을 갈아입는 일도 마지막 수습될 때 잘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어디 몸뿐일까. 죽음이 가까이에 있음을 마음에 새긴 채 늘 단정하고 깨끗하게 살아야겠다는 자각일 것이다. 죽음을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친구처럼 곁에 두고 삶을 더 삶답게 살기 위해 스스로 채찍질하는 방편으로 삼겠다는 결심이다. 무서울 정도로 엄격한 자기관리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