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두번째...대법원 체포영장 발부

군부 쿠데타로 축출됐던 탁신 치나왓 전(前) 태국 총리가 또다시 망명을 선언했다.

탁신 전 총리는 11일 태국의 NBT TV방송국에 팩스를 통해 보낸 성명서에서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안전, 불공정한 사법체계 탓에 영국으로 영구 망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태국의 사법체계는 자신과 가족들에 대해 "이중적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끊임없이 살해 위협을 받아 방탄차를 타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탁신은 작년 '12.23 총선'을 통해 '국민의 힘'(PPP)이 집권한 뒤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귀국했으나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고 밝혔다.

PPP는 탁신이 설립했다가 해체된 '타이락타이'(TRT)의 후신이다.

그는 "독나무에서 독이 든 열매가 열리는 것과 같은 일들이 나에게 벌어졌다"면서 "나와 가족들을 제거하기 위한 사법체계의 개입 탓에 진실과 원칙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의 운이 풀리면 태국으로 돌아가 다른 태국 국민처럼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탁신은 1일 강연과 올림픽 참석을 이유로 일본과 중국 방문길에 나서면서 망명설이 불거지기 시작했으며 뒤이어 부인 포자만 여사와 처남 바나폿 다마퐁, 여사의 비서인 칸차나파 홍헌 등이 5일 출국해 베이징에 머물고 있던 탁신과 합류하자 망명설은 더욱 확산됐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던 탁신 부부는 10일 오후 귀국행 항공편을 예약했으나 탑승하지 않고 런던으로 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부부는 11일 오전 10시 대법원 산하 공직자형사재판부에서 열릴 예정인 국유지 불법 매입 공판에 출두할 예정이었다.

대법원은 법정에 출두하지 않은 탁신 부부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며 보석금 1천300만바트(약 38만9천달러)도 압류조치했다.

탁신의 이번 망명은 생애 두번째다.

현지 언론과 정가는 2006년 9월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총리실에서 축출된 후 영국에서 망명생활을 하다 올 2월 귀국한 탁신은 총리 재직 시절 실시한 복권사업, 미얀마에 대한 차관 제공, 국유지 불법 매입 등과 관련해 '줄소송'에 직면하자 망명을 결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전성옥 특파원 sung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