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명가'라는 명성을 다시 찾겠습니다. "

장병권 ㈜텔슨 대표(48)는 27일 "이제 시작에 불과한 만큼 죽을 힘을 다해 다시 뛰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텔슨은 부도 4년여 만인 지난달 2600만달러 규모의 자체 브랜드 휴대폰을 수출하며 옛 텔슨전자의 부활을 예고한 상태.파산 당시 공장장이던 장 대표는 직원 50명과 함께 회사를 인수,그동안 1800억여원의 파산채권을 100% 청산,3년 연속(2005~2007) 흑자 달성 등의 성과를 보였다. 이번 수출 성과는 저주파(450MHz) 대역의 동유럽 통신시장을 파고든 '틈새전략'의 결실로,한때 연 매출이 4000억원에 육박했던 텔슨이 재기한 비결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노키아 모토로라 등 글로벌 통신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휴대폰을 공급,삼성 LG 팬택&큐리텔과 함께 국내 4대 휴대폰 메이커였던 텔슨전자가 몰락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중국산 휴대폰의 범람과 신제품의 해외시장 공략 실패 등 악재가 겹쳐서였다. 매출이 전년 대비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그해 말 법정관리에 들어가 넉달 만인 2005년 3월21일 파산선고를 받았다. 전 임직원에게는 해고통지서가 배달됐다.

장 대표는 "세계 최고 기술이 있는데 고철값에 설비를 파는 건 너무 억울하다"는 판단 아래 새 회사를 세워 공장을 임대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믿을 만한 직원 3명에게 "세 명씩을 데려와라"라고 주문했고,그렇게 불려온 사람이 다시 3명씩을 모아왔다. 다단계 방식을 동원한 끝에 50명이 함께 일하기로 했지만 파산관재인은 "가족이 애원한다고 장의사가 장사를 안 치르는 것 봤느냐"며 임대 요청을 거절했다.

장 대표는 재기를 위해 "직원 모두가 자신들이 받아야 할 임금은 물론,살고 있는 아파트까지 임대 보증금으로 내놓겠다"며 법원에 매달렸다. 결국 채권단과 법원의 허가를 받아 월 1000만원에 공장을 빌릴 수 있었다.

직원들은 기꺼이 '1인4역'을 맡았다. 사무직 직원이 생산시설을 돌렸고,간부들은 포장은 물론 청소까지 담당했다. 이런 고생 끝에 텔슨은 그해 34억원 매출에 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은행거래가 재개됐다는 소문이 돌자 일감이 몰렸다. 2006년과 2007년에는 각각 121억원,14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 1월에는 임대공장과 부지를 52억원을 주고 인수했다.

회사는 현재 3D입체영상 기술을 보유한 KDC정보통신을 최대주주로 맞아 사업다각화에 나선 상태다. 조만간 3D입체 휴대폰 및 3D입체 UMPC(손에 쥘 수 있는 작은 휴대형 컴퓨터) 등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직원들 눈빛이 살아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일감이 있으면 휴일에도 알아서 나옵니다. 처절하게 망해본 사람만이 체득한 주인의식인 셈이죠.

"(장 대표)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