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 개최국인 중국의 각 종목 대표팀에 고용된 외국인 감독들이 성과 지상주의의 문화 속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이날 중국 카누.카약팀을 이끌던 독일 출신 요제프 카포우섹(62) 감독이 대회 개막을 불과 6주일 앞두고 해임됐다면서 카포우섹 감독의 경질은 중국의 독특한 체육 시스템 안에서 빚어지는 문화 충돌을 견디지 못하고 고전하는 여러 외국인 지도자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전했다.

체코 태생으로 독일 국적인 카포우섹 감독은 25년의 지도 경력을 자랑하는 등 카누계에 잘 알려진 인물로, 그동안 독일 대표팀에 18개의 금메달을 선사했었다.

지난 2005년 중국 대표팀에 선진 카누.카약 기술을 전수한다며 감독 계약을 맺은 그는 그러나 당장 눈앞의 성과를 요구하면서도 변화를 거부하는 시스템을 견뎌야만 했다.

카포우섹 감독은 짧은 기간 안에 획기적인 변화를 꾀하려고 노력했던 것을 인정하지만 장기적인 계획이란 아예 없었다면서 오로지 끊임없는 훈련 뿐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특히 알아볼 수도 없었던 중국어 계약서에는 "금메달을 보장한다"고 돼 있었으나 독일어 번역문에는 단순히 "목표한다"고 돼 있었다면서 중국 스포츠 관계자들의 메달 획득의 강박 관념이 대단했다고 밝혔다.

상당수 중국 체육 관계자들이 해외에 나가면서 빈 가방을 가져갔다가 돌아올 때에는 명품들로 채워오는 등 국가의 명예보다 개인적인 이득에 더 관심을 갖는 듯 했다고 주장한 그는 "어떻게 메달을 보장하느냐? 참 어리석은 짓임에도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중국 체육당국은 언급을 회피하고 있는 가운데 한 중국 언론은 "그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에 경질됐다"고 보도했으나 카포우섹 감독과 같은 처지의 문화 충돌을 경험하는 외국인 감독은 적지않다는 것.
이탈리아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지의 베이징 특파원인 프란세스코 리엘로는 "그들(중국 체육관계자들)이 원하는 것은 지식이지만 그 지식에 걸맞은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 스포츠가 고집하는 `메달을 향한 쉼없는 훈련'은 선수들에게도 대가를 요구하기도 한다.

일례로 지난 1993년부터 2002년까지 육상 장거리와 사이클에서 성(省) 및 국가 대표로 뛰었던 슈취주안의 경우 물집이 터지고 발톱이 빠지는 강도높은 훈련과 매질을 견디지 못하고 대표팀에서 탈락, 이제는 월급 140 달러를 받고 골프장에서 볼을 수거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