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20부(길기봉 수석부장판사)는 24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유동성 위기를 겪던 LG카드의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거액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1심에서 각각 실형을 선고받은 LG그룹 상무 이모씨와 외국계펀드 에이콘ㆍ피칸의 대표이사 겸 LG카드 전 사외이사 황모씨에게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회사 내부 문건에 따르면 LG카드의 경영상황이 악화돼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는 내부정보가 생긴 것은 검찰이 주장하는 2003년 7월말∼8월초가 아닌 9월22일께로 보인다”며 “이씨가 이 정보가 생기기 전인 9월19일 주식 매도를 위한 계좌를 개설하고 장기간에 걸쳐 주식을 판 점 등에 비춰보면 미공개 정보를 얻어 이용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결했다.

또 “황씨는 사외이사이기는 했지만 LG카드에 투자를 한 에이콘ㆍ피칸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유상증자 확정 내용이 포함된 9월22일자 경영진 보고용 내부 자료를 쉽게 접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씨와 황씨에 대해 무죄가 선고됨으로써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돼 1심에서 각각벌금 225억원과 530억원을 선고받은 LG카드 주주 최병민 대한펄프 회장과 외국계 펀드 에이콘ㆍ피칸도 이날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LG카드 주요 주주의 ‘대리인’이던 이씨는 2003년 LG카드의 유동성 위기가 시장에 알려지기 직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LG카드 주식을 무더기 매도함으로써 LG카드주주인 최병민 대한펄프 회장이 112억원의 손실을 회피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외국계펀드 에이콘ㆍ피칸의 대표이자 LG카드 사외이사였던 황씨는 LG카드 주식을 처분해 두 법인이 131억원씩의 손실을 회피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에 처해졌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