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벌금 700만원 "실제로 가수 박상민처럼 행동"

이른바 `이미테이션' 가수가 모방 대상이 된 가수의 이름을 도용하거나 사칭한 것은 유죄이지만 외모를 따라 하는 것까지는 처벌할 수는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박홍우 부장판사)는 가수 박상민을 사칭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모방 가수 임모(41)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임씨는 2004년 9월 매니저와 전속 계약을 맺은 뒤 수염을 기르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등 가수 박상민과 유사하게 꾸미고 나이트클럽 등에서 `박성민'이라는 예명으로, 박상민의 히트곡 `해바라기' 등을 `립싱크' 방식으로 공연하다 불구속기소돼 1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임씨는 자신이 가수 박상민을 사칭하지 않았다며 각각 항소했다.

재판부는 "가수의 성명은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게 마련이고, 특히 박상민은 수년간 여러 히트곡을 발표해 `박상민'이라는 이름은 가수로서 그의 특징을 알려주는 `표지(標識)'에 해당한다"며 "임씨가 자신이 모방 가수라는 점을 밝히지 않고 박상민인 듯 행동한 것은 부정경쟁행위"라고 밝혔다.

또 박상민을 사칭하지 않았다는 임씨의 주장에 대해 "자신이 가수 박상민으로 소개되고 있는 점을 알면서도 이를 정정하지 않은 것이나 자신을 박상민으로 오인한 팬들에게 박상민의 것과 유사한 사인을 해준 점 등에 비춰볼 때 사칭하려는 의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독특한 모양의 수염을 기르는 등 박상민과 유사한 외모를 하고 무대에서 공연을 한 혐의에 대해서는 외모와 독특한 행동 자체를 다른 가수와 구별하는 고정적 징표로 보기 어렵다며 유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징적인 행동과 외모를 이용한 행위까지 처벌한다면 결과적으로 사람의 특정한 외모에 대해 특정인의 독점 사용을 용인하는 것이 되며, 이는 각종 영업활동에서 각자의 특성을 대표하는 `표지'를 만들기 위해 들인 `노력'과 그 성과를 보호하려는 부정경쟁방지법의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