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업자 불이익보다 영유아 보호 공익이 더 중요"

행정기관이 어린이집 바로 옆에 주유소 설치를 허가한 뒤 정작 영업 은 불허하는 `이중 처분'을 했더라도 이로 인해 얻는 공익이 주유소업자의 불이익보다 크다면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김모씨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주유소 건축허가를 받아 공사하다가 뒤늦게 석유판매업 신청이 불허되자 부당하다며 대전시 서구청장을 상대로 낸 석유판매업 등록신청 불가 처분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김씨는 2006년 7월 대전 서구청에 주유소 건축 허가를 신청했고 구청은 심의를 거쳐 허가했다.

주유소 부지에서 약 25m 떨어진 곳에는 어린이집이 있었다.

김씨는 9월 공사에 착수해 터파기를 마치고 5만리터 주유탱크 7개를 매립했지만 구청이 10월 석유판매업 등록신청에 대해 "관련법상 주유소는 보육시설로부터 50m 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며 불허했다.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9조에는 위험물 처리 및 저장시설(주유소)은 보육시설로부터 50m 이상 거리를 두도록 이격거리 요건이 규정돼 있다.

김씨는 `구청이 건축을 허가해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믿었는데 뒤늦게 영업을 불허한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정당한 신뢰를 얻은 사람의 이익은 보호돼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며 소송을 냈다.

1ㆍ2심 재판부는 "신축 기준을 정한 건축법과 석유판매 조건을 정한 석유사업법 규정은 규정대상과 입법취지를 달리하므로 주유소 건축허가에 판매업 등록을 허가하는 취지의 공적인 견해 표명까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고 구청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영유아들의 교육환경 보호라는 공익은 원고가 입는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크므로 신뢰보호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래 피고는 건축 신청을 받았을 때 거부했어야 하는데도 허가했으므로 적어도 이격거리 요건을 이유로 판매업등록을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견해를 표명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건축허가만으로 원고에게 공적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하지만 어린이집은 주유소로부터 불과 25m 거리에 있고 주유소 건축은 터파기와 탱크 매설을 완료한 정도에 머문 상태인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가 달성하려는 공익이 원고가 입는 이익 침해를 정당화할 정도로 커서 구청 처분은 신뢰보호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며 항소심 판결을 유지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