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로 야기된 정부의 추경 예산 편성 논란이 18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경기 하강 및 미국의 금리 인하와 맞물려 제기된 정책금리 인하에 대해서도 찬반 논의가 무성하다.

거시경제학 교과서에는 정부가 총수요관리정책을 통해 경기가 일정 정도 이하로 하락할 경우 경기침체를 막거나 그 기간을 줄이고,반대로 경기가 과열될 경우에는 인플레이션을 퇴치 또는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돼 있다.

그렇다면 현 상황은 어떨까? 지난 1분기에 전기 대비 0.7% 성장한 우리 경제가 남은 기간에도 1분기와 같은 낮은 성장을 지속할 경우 올해 연간으로는 4%대 초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한편 국제원자재가 급등으로 인해 지난해 4분기부터 급격히 오르고 있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몇 개월간 4%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최근 3년간 평균 물가상승률 2.5%를 훨씬 넘는 수준이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수준을 4%대 중.후반으로 본다면,경기둔화로 예상되는 성장률 수준과 차이가 그리 크지 않고 물가불안까지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적극적인 수요확대정책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잠재성장률을 6%,혹은 그 이상으로 본다면 경기조절정책이 필요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경제학자들은 우리 나라 잠재성장률을 4%대로 추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 상황에서 재정 확대든 금리 인하든 경기부양정책이 실시될 경우 가장 큰 문제점은 기대인플레이션율이 급격히 올라갈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인플레이션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당분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금리 인하 등 추가적인 수요확대정책을 쓴다는 것은 향후 정부가 성장률에 치중하고 물가는 크게 문제삼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경제주체들의 물가오름세 심리를 자극해 경제의 불안정성이 증폭될 수 있으며 우리 경제에서 1% 더 성장하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물가상승률의 오름폭(sacrifice ratio)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정책금리 인하 시 시중금리를 낮춰 내수를 자극하려는 당초 의도와 반대로 예상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시중금리가 올라가고 결과적으로 소비와 투자를 억누르는 작용을 할 수도 있다.

환율 부양 문제는 추경이나 금리인하와는 다소 다른 차원의 이야기로 보인다.

높은 환율이 수출에 유리해 경기둔화를 완화시키는 측면이 있겠지만 물가상승압력 고조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고,시장에 맡겨둬도 경상수지적자 확대와 국제자금 경색에 따른 외화 공급 부족으로 인해 원화 환율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경기부양의 의미가 더해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일자리창출 부진이 지속돼 내수기반이 더욱 취약해지는 데다 내수부진을 만회하고 있는 수출마저 부진의 늪에 빠질 경우,경기가 예상보다 급격히 하강하거나,물가불안이 완화될 수 있어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해 수출이 급락,3%대 혹은 그 이하의 성장에 그치고 내년까지 경기둔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 경기부양의 필요성은 커질 것이다.

이 경우에도 물가불안이 심화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지정학적 원인이 해소되거나 투기적인 수요가 줄어 원자재 가격이 하향 안정화한다면 물가상승률은 둔화될 수도 있다.

물가상승세 완화가 확인된다면 경기조절정책의 자유도는 크게 높아질 것이다.

경기부양대책을 실시한다 해도 일시적인 조급증에서 벗어나 장기적 차원에서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한 차원 높은 경기부양정책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다.

신민영 (LG경제硏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