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 흑인 청년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미국 뉴욕주 경찰 3명이 결국 무죄로 풀려나게 돼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주요 미국 언론이 26일 보도했다.

뉴욕주 법원은 2006년 11월 25일 결혼식을 앞두고 친구들과 술집에서 총각파티를 마치고 나오던 숀 벨(23) 등 흑인청년 3명에게 50여발의 총탄을 난사해 예비신랑인 벨을 사망케 한 마이클 올리버(36)와 게스카드 이스노라(29), 마크 쿠퍼(40) 등 경관 3명에게 25일 무죄 판결을 내렸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재판장인 저스티스 아서 쿠퍼먼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해자 측보다 경찰 측의 사건 소명에 더 신뢰가 갔다면서 "각 피고인의 총기 발사 행위가 정당하지 못한 것이라는 점을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할 수 있는 증거들이 제시되지 못했다"고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올리버와 이스노라, 쿠퍼 등 경찰관 3명은 사건 당시 벨과 친구들이 총기를 휴대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했으나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며 흑인사회의 공분을 샀다.

뉴욕주 법원에는 이날 판결을 앞두고 만일의 소요 사태에 대비해 다수의 경찰 병력이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폈으며, 법원 주변에 모여 있던 사건 관련자와 일부 주민들은 무죄 판결 내용이 전해지자 "살인자. 살인자"를 연달아 외치는 등 크게 반발하는 모습이었다.

재판정 안에서 숨을 죽인 채 판결을 기다리던 벨의 어머니는 판결문이 낭독되자 오열을 터트렸으며, 벨의 여자친구는 그대로 법정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사건 당시 벨과 함께 총상을 입은 친구인 트렌트 벤필드는 다리에 힘이 빠진 듯 비틀거리며 "무죄. 무죄. 이것이 현실이다"라고 되뇌며 허탈해 했다.

뉴욕 경찰에게 이번 사건은 역시 흑인인 아마두 디알로에게 41발의 오인 사격을 가해 살해한 1999년의 악몽의 재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흑인 사회의 또 다른 반발이 우려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번 벨 사건 대배심은 앞서 2007년 3월 벨에게 처음 총격을 가한 게스타드 경관과 무려 31발의 총격을 가한 올리버 경관에게 살의 없이 불법으로 사람을 살해한 고살(故殺) 혐의를, 쿠퍼 경관에 대해선 부주의로 인한 위험 초래 혐의를 각각 인정해 기소 평결을 내렸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jb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