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일 < 서강대 경제대학원장 >


언론을 통해 나타나는 대통령의 규제개혁에 대한 의지는 역대 대통령의 그것에 비해 훨씬 단단하게 느껴진다.

아마 그 자신 민간에서의 경험을 통해 절실하게 느낀 바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는 개혁의 성공을 위해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합리적인 과제 설정과 효과적인 추진전략이 함께 결합돼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규제개혁은 우선 규제완화에 무게를 두기보다 규제정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된다.

규제를 없애는 쪽으로만 방향을 잡다 보면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다른 나라 이야기이지만 지난 주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고 있는 오바마는 뉴욕 유세에서 "현재의 경제위기는 금융분야의 규제완화로부터 초래됐다"며 규제강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미국 은행산업에 대한 규제완화가 감독부실로 이어져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를 불러오고 경제위기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결국 규제개혁은 정부가 책임질 수 없거나 질 필요가 없는 것들에 대한 규제는 과감하게 없애면서 동시에 책임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규제를 단순하게 만들어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제도정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규제개혁의 방향을 규제정비로 잡는다면 먼저 할 일은 난마처럼 얽혀있는 규제들을 우선 모으는 것이다.

사실 지금 공무원들은 자기 업무에 규제가 몇 개나 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규제를 받는 민간이나 기업이 더 잘 안다.

그런 점에서 경쟁력강화위원회와 대한상의가 민관합동으로 규제개혁기구를 만들어 개선대상 규제를 모으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차제에 개선대상 규제만을 모을 것이 아니라 각종 협회들이 나서 회원사가 적용받는 모든 규제를 정리해 주기적으로 정부로 보내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부는 이들을 분류해 입력하고 업데이트해야 한다.

이렇게 정리된 규제 가운데 공정경쟁을 위해서 혹은 사회 다수의 이익을 위해서 정부가 책임지고 맡아야 할 규제와 불필요한 규제를 가려내야 할 것이다.

특히 과거에는 유효했으나 환경변화에 따라가지 못해 이제는 오히려 산업의 성장을 옥죄는 강아지 목줄같은 규제를 끊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산업단지 법은 1970년대 제조업 육성을 위해 만들어졌으나 이제는 서울의 도심지이자 유통산업의 중심으로 변해버린 구로디지털단지의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법이 되고 있다.

이런 규제일수록 배후에 관리공단이 있고 퇴직공무원의 자리가 되는 등 튼튼한 먹이사슬이 있어 없애기가 쉽지 않다.

결국 이런 분야들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얻으려면 개혁주체의 단호한 의지와 적절한 인센티브 제공이 함께 결합돼야 할 것이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규제개혁에 소극적인 부처나 부서는 정부 구조조정의 1순위에 올려놓는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구조조정과 규제개혁을 동시에 이루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효율적인 규제정비에 솔선수범하는 부서나 공무원에 대해서는 승진 등 인사상의 파격적인 보상을 해줄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에서도 감사를 면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음은 다행이나 더 크게 보상해야 인센티브가 될 것이다.

규제개혁의 성과는 규제를 받는 민간이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판가름난다.

따라서 정부가 스스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민간 주도의 규제개혁평가단을 만들어 평가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규제의 필요성과 단순한 규제의 효율성을 같이 인정하는 전문가 및 기업인으로 이뤄진 평가단은 우수한 사례 및 개혁이 계속돼야 할 분야를 정확히 집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