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의 후폭풍으로 지난 연말부터 미국 증시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표정이 어둡다.S&P500지수는 지난해 10월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4개월 만에 15%나 떨어졌다.

이에 따라 스톡옵션으로 받은 자사 주식이 급락하면서 1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본 CEO가 5명이나 됐다고 비즈니스위크가 4일 보도했다.이 잡지는 재무정보 제공 회사인 캐피털IQ에 의뢰해 미국 주요 기업 CEO의 지난해 10월11일 증시 고점부터 1월 말까지 손실 규모를 계산했다.

인터넷 업체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은 29억달러의 평가손을 내 가장 큰 피해를 봤다.저가 컴퓨터로 세계 시장을 장악한 델의 마이클 델,세계 최대 크루즈 운항 업체인 카니발사의 미키 애리슨,온라인 서점의 선두주자 아마존닷컴의 제프리 베조스는 각각 16억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미디어 재벌인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도 14억달러 손실을 기록했다.비즈니스위크는 미국 주요 450개 기업 CEO들의 총 평가손은 161억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손실을 내지 않은 사람은 겨우 60명에 불과했다.

특히 회사 실적을 크게 끌어올린 CEO도 금융 불안의 된서리를 맞고 있다.아마존닷컴의 베조스는 지난해 4분기 2억7000만달러의 순익을 올려 전년 동기에 비해 2배나 많은 성과를 냈지만 주가는 12% 하락,16억달러의 손실을 입어 '가장 억울한 CEO'가 됐다.

다우존스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을 56억달러에 인수하며 기세를 올렸던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도 뉴스코퍼레이션 주가 하락으로 14억달러의 손해를 입었다.

신용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모기지 회사인 컨트리와이즈의 안젤로 모질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가가 3분의 1로 떨어지며 1억달러 이상의 손해를 봤다.금융 기업 CFO의 손실은 총 18억달러에 달해 실패한 경영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