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급락의 수렁에서 벗어나고 있다.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후폭풍이 잦아들면서 외국인이 국내 증시로 돌아온 때문이다.

여기에 '주가 하락만한 호재는 없다'는 말처럼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주가수준) 매력도 높아졌다.중국 정부마저 싸늘히 식어버린 증시를 살리기 위한 정책을 하나둘씩 풀어 놓기 시작했다.

해외 증시 안정을 기반으로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그러나 이 같은 상승세는 베어마켓 랠리(약세장에서의 강한 반등세)라는 분석이 우세하다.1차적으로 1750선,이 선을 치고 올라간다 해도 1800선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이제 초입국면에 접어든 미 경기 침체가 언제든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외국인 시각 바뀌나

외국인이 이틀 연속 국내 주식을 사들이면서 외국인 시각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1월 코스피지수가 14.4% 하락하면서 1980년 이후 1월 주가로는 가장 많이 빠졌다"며 "최근 급락을 저가매수 기회로 인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지난달 주가 급락으로 올 예상실적 기준 코스피지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수준까지 떨어져 저가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여기에 주식을 빌려 팔아 차익을 낸 뒤 되갚는 대차거래의 청산에 따른 매수세(숏커버링)도 가세하고 있다.하지만 외국인의 순매수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는 의문을 표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윤석 크레디스위스(CS) 전무는 "외국인 순매도 강도는 주춤할 수 있으나 그들의 시각이 기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며 "미 증시에 연동해 또다시 '팔자'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등세 어디까지 이어질까

국내 증시는 당분간 반등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작년 11월 고점 대비 20% 이상 급락해 기술적 반등이 나올 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또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워온 미국에서 이렇다할 경제지표의 발표가 없는 점도 반등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오 파트장은 "작년 11월 고점과 이번 저점까지 낙폭의 38% 정도를 되돌림한 1750선이 1차 반등 목표치"라고 전망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예상 수준은 1750선으로 추가적으로 오른다 해도 추세대 상단인 1800선을 뚫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1750선은 또 240일 이동평균선에 위치해 있어 상승시 저항선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따라 이번 반등을 포트폴리오 조정의 기회로 삼으라는 권고가 잇따른다.윤세욱 메리츠증권 상무는 "시장 주도주가 바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IT 통신 자동차 금융 등으로 종목을 교체해 나갈 때"라고 말했다.그는 다만 "중국 관련주 내 조선주는 이번 조정으로 크게 싸져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주가 바닥 찍었을까



주가가 올 저점을 찍었을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는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조익재 CJ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실물경제 부문의 고비가 남아 있긴 하지만 전저점을 깨고 내려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최근 미 모기지금리 하락속도가 빨라지는 등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데다 중국도 긴축 일변도에서 정책적인 안배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이 연구위원도 "기술적으로 1580선이 이번 하락추세의 저점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올 3~4월께 또 한차례 충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윤석 전무는 "미 실물경기 악화는 지금부터 나타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높은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주가가 다시 한번 출렁일 수 있다"고 말했다.윤세욱 상무도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이 추가로 확대될 수 있어 저점을 또다시 테스트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