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 향방에 수요자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지난 5년간 계속돼 온 수요억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이 과연 어느 수준까지 완화될 것인가에 모아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기조가 '친(親)시장적'으로 선회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기조 변화는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분명 높다.

문제는 타이밍과 속도다.

이른바 '정책 효과'와 '심리적 요인'의 영향력이 다른 어떤 분야보다 큰 부동산시장의 속성을 감안할때 '정책 변화 가능성'은 즉시 '투자 셈법 수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나 수요자 모두 과욕은 금물이다.

내년 4월 치러질 총선 등 굵직한 정치적 변수가 남아있는 데다 새 정부 역시 집값불안이나 투기재연을 방관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규제완화 수위나 시기 등의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택마련이나 부동산 투자전략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매도.매수 시점은

수요자 입장에서는 뭐니뭐니 해도 '과연 집을 언제 팔고 사야 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 문제는 특히 수요억제 위주의 현행 부동산정책의 핵심 수단인 '세금'과 직결된다.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당선자는 △1가구1주택 장기보유자 보유.양도세 부담 완화 △양도세 연분연승법 도입 △취득.등록세 통폐합 및 세율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들 공약이 정책에 실제 반영된다면 집을 사고 파는 시기를 '내년 10월 이후'로 늦추는 게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주택 매도자는 양도세,매수자는 취득.등록세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세법이 개정돼야 하는데 내년 4월 총선 등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빨라야 내년 정기국회 이후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 때 양도세는 고가주택 기준을 높이는 방법으로 3년 이상 보유(서울.신도시는 2년 거주 포함)자에게 주어지는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확대.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종부세 역시 과표(세금부과 기준 금액)를 현행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 등 일정금액 이상으로 높이거나 부과기준을 '세대별 합산과세' 대신 '인(人)별 과세'로 바꾸는 방안,과표 적용률(내년 공시가격의 90%)을 낮추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다.


◆양도세 부담 낮아질까

양도세 연분연승법도 수혜대상과 절세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관심이다.

이는 집을 파는 시점에 한꺼번에 실현되는 시세차익을 보유기간으로 나눠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0년 보유 주택의 과세표준(차익)이 3억원이고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지금은 9600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하지만 연분연승법을 적용하면 3억원을 10년으로 나눈 3000만원이 과표가 된다.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낮은 세율(18%)을 적용해 산출한 540만원에 보유기간(10년)을 다시 곱한 5400만원만 내면 된다.

국민은행 PB팀 원종훈 세무사는 "새 정부의 공약이 시행될 경우 취득.등록세와 보유.양도세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매수.매도시기를 세법 개정 이후로 늦추는 게 유리하다"며 "다만 그 사이 집값이 상승한다면 되레 손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집값 변동 추이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건축 규제완화 시기조절 할듯

주택공급 정책기조 역시 관심사다.

주택을 연간 50만가구 이상 공급하겠다고 공약한 새 정부의 주택공급 핵심수단은 도심 재개발 및 재건축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려야 집값이 안정된다는 논리에서다.

연간 12만가구의 신혼부부용 주택공급 역시 재개발.재건축 용적률을 10% 안팎 높여 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참여정부가 '재건축의 재(再)자도 꺼내지 말라'는 식으로 초강력 규제를 겹겹이 둘러놓은 만큼 이에 대한 규제완화 기대감도 한껏 부풀어 있다.

올 들어 꿈쩍도 하지 않던 서울 강남권 일부 재건축 아파트가 최근 호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현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건축 규제가 단기간에 대거 풀릴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시각이 강하다.

용적률이나 층고제한,소형 의무비율 등이 완화될 경우 수익성이 개선되겠지만,집값 안정이 전제돼야 시행가능한 조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재건축 규제완화는 강남 집값을 자극해 전체 주택시장에 영향을 줄 우려가 크다"며 "새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집값불안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규제를 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고종완 RE멤버스 사장은 "여유자금이 있는 중장기 투자자라면 강남권의 압구정.대치.도곡.잠실 등지의 재건축 급매물을 노려봄 직하다"고 지적했다.

재건축 용적률 등이 일부 완화되더라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상태에서는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희선 전무는 "향후 재건축 아파트는 일반분양분이 가뜩이나 적은 중층 아파트가 대부분인 데다 상한제까지 적용돼 조합원 부담이 큰 실정"이라며 "용적률 등 규제완화로 수익성 개선효과가 큰 단지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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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출규제도 풀릴 듯‥7% 육박한 금리는 부담 ]

새 정부가 들어서면 LTV(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각종 대출 규제가 다소 풀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인 '규제완화'가 금융 분야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 이유다.

특히 신혼부부나 저소득층에 이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당선자는 매년 '신혼부부 주택마련청약저축'(가칭)에 가입한 수도권과 광역시에 사는 무주택 신혼부부들에게 12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주택 구입자금은 30년 간 저리로 융자해 주겠다고도 했다.

이 때는 서울같은 투기지역에서 40%로 묶여있는 LTV 규제를 받지 않게 된다.

하지만 중산층 이상까지 실질적인 대출규제 완화 혜택을 볼지는 미지수다.

이 당선자가 LTV와 DTI 등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 하더라도 증시로 예금을 빼앗긴 은행들이 대출자금이 모자라 대출 세일에 나설리가 만무해서다.

게다가 은행들이 부족한 자금을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으로 마련하고 있어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는 것도 부담이다.

물론 은행 자금 사정이 조금 나아질 것으로 보이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금리가 안정국면에 접어들어 은행 대출이 다소 활기를 띨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2004,2005년 때처럼 저금리 시대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로선 CD금리가 6% 안팎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여 신규 대출자들은 대부분 7% 초중반에 주택담보대출을 받게 된다.

안선종 하나은행 PB팀장은 "은행들이 덩치 경쟁을 자제해 예전처럼 무리하게 대출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신한은행 PB팀장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뒤 부동산과 증권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은행대출과 예금시장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