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칠레 싱가포르 브루나이 및 뉴질랜드를 자유무역지대로 엮는 '신 태평양 무역협정체제(NPTAㆍNew Pacific Trade Accord)'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한국 등과 타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이 의회에서 비준받는 과정이 길어질 경우에 대비한 것으로 어떡하든 아시아 시장을 잡아두자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 체제 구축이 성공하면 한국 베트남 페루 멕시코를 추가해 더욱 큰 무역체제를 만들 계획이다.

미 행정부는 신 태평양 무역협정체제를 구축한다는 구상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 초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미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들을 인용해 19일 보도했다.

신 태평양 무역협정체제는 우선 미국을 비롯 태평양 연안의 칠레 싱가포르 브루나이 뉴질랜드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칠레 및 싱가포르와 FTA를 발효한 상태다.

브루나이 뉴질랜드와도 비슷한 내용을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무역협정체제를 완성시켜 배송 및 보험 통신 부문부터 각종 규제나 세제를 철폐시킨다는 구상이다.

5개 국가 간 NPTA가 만들어지면 한국 베트남 페루 멕시코까지 그 대상을 확대해 범 태평양 연안국가를 또 다른 자유무역지대로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국은 페루 및 멕시코와는 FTA를 체결했으며 한국과는 협상을 타결해 의회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쌍무 간 FTA를 기반으로 다자 간 무역협정체제를 구상하게 된 것은 FTA에 대한 의회의 비준 과정이 길어지면서 아시아 시장에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절박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이 자체 FTA를 맺을 경우 미국 기업과 상품은 아시아 시장에서 설 땅을 잃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중국과 뉴질랜드는 내년 4월에는 FTA 협상을 타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이 지역 내 무역협상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미국의 FTA 성과는 최근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와의 무역 확대를 지지하는 기업들의 모임을 이끌고 있는 모니카 웰리는 "새로운 FTA 없이 마냥 시간을 끌 경우 이 지역에서 미국이 배제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페루와의 FTA가 이달 초 의회 비준을 받았으나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에는 한국 콜롬비아 파나마 등과의 FTA 비준에 대한 견제가 상당하다.

실제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미 무역정책 전반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마이크 허커비 전 주지사도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