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보다 오히려 그 이후가 문제다."

대권을 놓고 `올인' 전투를 벌여 온 정치권에 대선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대선 이후 정국에는 벌써부터 심각한 후폭풍을 예고하는 징후들이 감지되고 있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말과 신춘정국은 정치권의 이합집산 등 정계개편과 인적쇄신이 중심화두로 자리잡고 `이명박 특검', `삼성 특검'이라는 초대형 쌍끌이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정국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대선 이후 각 정당은 진로결정과 내부정비, 포스트 당권 투쟁 속으로 빨려들어갈 공산도 크다.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에는 범여권이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는 17대 국회체제 하에서 이뤄질 차기 정부 출범 초기의 순조로운 국정운영 여부도 불투명하다.

당장 조각을 위한 초대 국무총리와 각료들의 인사청문회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런 모든 변수를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점 중 하나는 대선 성적표다.

승패는 물론 이기더라도 어느 정도 차이로, 지더라도 얼마나 석패하느냐 여부에 따라 대선 후 정국의 지형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긴 쪽은 이긴대로, 진 쪽은 진대로 논공행상과 책임론으로 어느 정도의 홍역을 치르느냐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공표가 허용됐던 지난 12일까지 결과대로 `대세론'을 이어가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승리할 경우 범여권의 `빅뱅' 가능성이 점쳐진다.

대통합민주신당 내에는 구심점이 급속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 내에서 심각한 분열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이 과정에서 대선승리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한 지붕에 있었던 친노 세력이 분화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이합집산을 거듭할 수도 있다.

정 후보의 득표율이 20% 안팎으로 기대치를 크게 밑돌 경우 이런 현상은 심화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하지만 정 후보의 득표율이 30%대를 오갈 경우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범여권은 총선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위해 불편하지만 전략적인 동거를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반대로 한나라당은 이명박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어느 정도 차이로 이기느냐가 중요하다.

이 후보가 자신의 목표대로 과반 안팎의 득표를 할 경우 향후 안정적인 정국운용의 뒷심을 얻게되며, 당정에 걸친 확실한 장악력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위와의 격차가 크지 않을 경우 당내 친이(親李.친 이명박), 친박(親朴.친 박근혜)간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

특히 내년 총선 공천 `물갈이' 문제로 두 진영이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후보가 패할 경우 한나라당은 사분오열의 위기에 내몰릴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내홍 사태에 휘말릴 경우 범보수 진영인 이회창 후보의 대선 후 신당 창당 움직임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 신당과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들의 결합, 박근혜 신당 출현 가능성 등은 이명박 후보 패배시 한나라당이 겪게 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역대 최강의 특검법안이라는 `이명박 특검법'과 `삼성 특검법'에 따른 특검 수사는 4월 총선을 앞둔 정국의 최대 변수 중 하나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을 수사대상으로 망라한 `이명박 특검'은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정국에 큰 격랑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만의 하나 특검이 검찰 수사 결과를 부정하며 이 후보를 기소라도 할 경우 이 후보는 대선에서 당선되더라도 정통성과 도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가 기소되지 않더라도 신당 등이 내년 4월 총선을 겨냥, BBK의혹과 관련한 총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여 국정불안이 집권 초부터 발목을 잡게 될 우려가 있다.

반면 특검 수사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명확히 결론날 경우 그 반대의 결과가 예상된다.

총선을 앞두고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에 못지 않은 심각한 타격을 범여권이 받게 되면서 정국주도권은 한나라당 쪽으로 급속히 무게중심이 쏠릴 수 있다.

삼성특검의 향배도 주목되는 변수다.

2002년 대선자금과 최고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 의혹까지 대상에 포함시킨 특검 수사에서 소위 `당선축하금' 의혹 등에 대한 결과 여부에 따라 정치적 파장은 엄청나게 커질 수도 있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될 경우 순탄한 정권 인수.인계 여부도 주목된다.

이 후보는 이미 "지난 10년 정권에서 저질러 놓은 일이 너무 많다"면서 적지 않은 정책의 변화를 예고해 놓고 있다.

`BBK동영상' 공개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 재조사 검토 지시를 내리면서 두 사람간의 관계는 냉각됐고, 이는 원만한 인수.인계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