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쳤을 때나 화가 났을 때 혹은 나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할 때 나중에 부끄러워 할 이기적이고 자멸적인 실수를 쉽게 범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변명할 여지는 없지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밝혀내는 과정을 통해 나는 내면적인 삶과 외면적인 삶을 통합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일하다 보면 실수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다음엔 더 잘해야지' 결심하게 된다.

엄밀히 말하자면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는 것이다.

아무리 불리한 상황이라도 내게 맞춰 해석하고 이해하면 미풍 속을 지나듯 빠져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한다는 것,나에겐 그 점이 중요하다."

앞의 것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뒤쪽은 서른살도 안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두 번이나 받은 배우 힐러리 스웽크의 얘기다.

실수에 얽매이지 않고 뭔가 배운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한 번은 몰라도 비슷한 실수를 거듭하면 주눅이 들면서 자신감을 잃는다.

두려움에 몸과 마음은 움츠러들고 그 결과 충분히 잘할 수 있던 것들을 놓친다.

인생의 성패는 바로 이 대목,실수로 인해 닥친 위기를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

김연아 선수의 200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이 단순한 우승 이상의 의미로 다가서는 것도 실수에 무너지지 않은 위기 대응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사실 프리 스케이팅 마지막 주자로 나선 김 선수가 시작한 지 얼마 안돼 넘어지는 걸 보는 순간 '끝났겠다' 싶었다.

그러나 오그라든 건 보는 사람의 마음이었을 뿐 김 선수는 조금도 당황한 기색 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동작과 환한 표정,놀라운 테크닉으로 남은 시간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그는 게임 후 가진 인터뷰에서 실수를 빨리 잊고 집중력을 유지한 게 우승의 밑거름이었다고 밝혔다.

실수를 극복함으로써 자신감을 얻었다는 그가 내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길 기원한다.

또한 그가 가져다준 희망이 이 땅 많은 사람들에게 힘든 현실을 헤쳐나가는 용기를 심어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