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특검법안이 22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함에 따라 우리 사회 전반이 `메가톤급' 파장에 휩싸일 조짐이다.

이번 특검법 통과는 단순히 특정 재벌의 비리행태를 파헤치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최대 `성역'으로 간주돼온 대표적 재벌 삼성그룹과 국가 권력기관들간의 `검은 고리'에 직접 메스를 들이댄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된다.

또 정치권은 물론 사정의 중추인 검찰, 경제정책운용의 사령탑인 재정경제부와 국세청,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정경유착 비리의 고리를 캐본다는 점에서 특검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사회 전체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선정국의 한복판에서 특검법이 통과됨에 따라 이번 사안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대선구도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며 정치권을 초긴장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삼성의 로비행태가 단순히 관행적 수준의 `떡값' 차원을 넘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조직적 범죄행위일 개연성이 높고, 이는 특검 조사대상으로도 명시돼있다는 점에서 수사결과에 따라 삼성의 소유.지배구도와 경영권 승계구도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안은 국내 재벌 전반에 만연해있는 정.관계 로비의혹을 보여주는 대표적 케이스라는 점에서 다른 재벌그룹의 로비 행태로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어 재계 전반도 후폭풍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우리 사회 개혁의 `치외법권' 지대로 여겨져온 검찰조직 전반에 대해 사상초유의 특검조사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검찰과 법조개혁의 중대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초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축하금' 포함 여부를 둘러싼 정당들간의 논란으로 통과 여부가 불투명했던 특검법이 이처럼 전격적으로 처리된 데는 각 정당 나름의 고도의 대선전략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특검법 통과에 계속 미적거리는 태도를 보일 경우 범여권에 지속적인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고 향후 대선전에서 `부패' 대 `반부패' 전선에 포위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김경준씨 가족들의 증언을 계기로 BBK 사태의 흐름이 미묘해지면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에도 악영향이 나타나는 상황이 조성됨에 따라 국면을 전환시켜 놓으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등 비한나라 진영으로서는 `반(反)부패' 연대를 가시화하는 성과를 일궈냄으로써 향후 대선구도에서 일정한 반사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정당들의 합의에 따라 특검법은 23일 본회의를 순조롭게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따라 법안공포 기간(15일)과 특별검사 임명기간(15일), 특검임명후 준비기간(20일)을 감안할 때 실제 수사는 빨라야 대선 직후인 12월말 착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변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번 특검법 처리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해왔다는 점에서 현행 헌법 53조에 따라 국회에 `재의(再議)'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폭로를 계기로 이번 사건을 둘러싼 세간의 시선이 청와대로 옮아가고 있는 터라 특검법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만일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는 다시 의결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어 실제 수사는 1월 중순쯤으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가 있을 경우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법안을 재의하도록 돼있다.

이처럼 대선전 수사착수가 어려워짐에 따라 이번 대선정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주목할 변수는 현재 검찰이 진행중인 자체수사다.

특검법은 현재 진행중인 검찰 수사의 강도와 속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높고, 만일 대선전 수사결과가 나올 경우 예기치 못한 폭발력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로비대상이 된 정.관계 인사들의 명단이 공개될 경우 그 내용에 따라 각 진영의 표심결집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또 특검법 통과를 계기로 이용철 전 법무비서관과 같은 예상밖의 폭로 시리즈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검찰수사의 진행상황이나 결과와 관계없이 대선이 끝나면 특검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높고, 이를 계기로 정국은 삼성 특검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수사의 범위와 대상은 사안의 무게감 만큼이나 방대하다는 점에서 `내상'을 입게 될 대상자의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97년 이후 삼성그룹의 불법 비자금 조성내역과 사용처는 물론 삼성의 소유.지배구조와 직결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발행,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불법발행 등 편법상속 의혹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 비자금 수사는 새로 출범하는 차기 정권이 가장 먼저 맞닥뜨릴 초대형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며 총선 정국에도 예상치 못할 파장을 드리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