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총선이 내년 1월8일에 실시될 것이라고 파키스탄 선거관리위원장이 20일 밝혔다.

카지 무하마드 파루크 선관위원장은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대통령이 총선과 지방의회 선거 날짜를 1월8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어 "자유롭고 투명하며 공정한 선거를 치르는 것은 헌법상에 명시된 선관위의 임무"라며 "선관위는 이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파루크 위원장은 또 "국제사회의 참관단도 환영할 것이고 이들이 모든 투표를 참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다만 모든 선거 참여자들은 서로에게 관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총선 일자와 함께 후보등록 일정도 확정됐다.

선관위는 21일부터 26일까지 후보 등록을 받고 최종 후보 명단은 내달 15일 게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가 비상사태 선포 이후 최대 1년까지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던 파키스탄 총선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력 속에 예정대로 치러지게 됐다.

당초 무샤라프 대통령은 내년 1월 중순 이전에 총선을 치르기로 했었다.

그러나 지난달 치러진 대선에서 압승을 거두고도 야권이 제기한 후보자격 관련 소송으로 인해 당선을 확정짓지 못하고 대법원이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릴 것이 우려되자 전격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총선을 최대 1년까지 늦출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번 총선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헌정을 중단시킨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여당 등에 대한 대중의 심판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극단주의와 테러리즘 확산 저지를 명목으로 내걸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친위적인 대법원 재판부를 구성, 밀어붙이기식 연임을 눈 앞에 둔 무샤라프의 '도박'에 대해 국민들이 얼마나 지지를 보낼지가 주목된다.

또한 무샤라프와 '권력분점'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 다른 야당들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나 망명중인 나와즈 샤리프 총리 얼마나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그러나 비상사태 선포 하에서 치러지는 선거에 대해 야당들이 집단 보이콧 의사를 밝히고 있어 정상적인 선거가 치러질지는 미지수다.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_N)을 이끌고 있는 샤리프 전 총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비상사태 선포하의 총선 참여 불가 입장을 표명했고, 파키스탄인민당(PPP) 당수인 부토 역시 총선 불참을 고려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