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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디어 가전제품들이다.

필수 가전제품은 아니지만 가사노동 시간을 줄여주는 효용이 인정되면서 틈새상품으로 인기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들 가전기기 분야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바로 중소기업 제품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틈새시장이 우량 중기를 탄생시키는 성장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분야와 전략은 다양하지만,시장을 휘어잡은 우량 중소기업들은 위기 뒤에 숨은 기회를 포착해 생존력을 키웠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최근 들어 다양한 방면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중소기업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가동률이 급락하고 휴ㆍ폐업하는 업체가 지금도 속출하고 있지만,다른 한쪽에서는 대기업도 부러워하는 경쟁력을 무기로 5대양 6대주를 누비는 중소기업이 들풀처럼 자라나고 있다.

실제로 생산현장을 다녀보면 깜짝 놀랄 만큼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이 많다.

전통 제조업 중에서도 생산기술과 품질수준,가격경쟁력이 높은 업체들이 바로 글로벌 중소기업이다.

정부도 글로벌 중소기업 육성에 팔을 걷어 붙였다.

중소기업청은 최근 광학기기 폴리에스터섬유 공작기계 인쇄회로 등 31개 품목을 '중소기업 글로벌 전략품목'으로 선정, 내년부터 해당 품목을 생산하는 업체들에 대해 해외 마케팅과 생산자금 기술개발 등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한결같이 알찬 중소기업들이 결집해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중소기업의 수는 약 300만개.이중 글로벌 중기를 꿈꾸는 '강소(强小)' 기업은 전체의 약 1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기업은 우리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산업역군이다.

이들은 누구인가.

종업원이나 매출액 규모 모두에서 대기업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작다.

하지만 몸집만 그렇다는 얘기다.

이들의 실력은 대기업에 버금간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그런 기업들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이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들은 오랜 세월 한 분야에만 매진해 독창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거나 소비자 욕구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제품을 차별화하는 특성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기술력'이 바로 이들의 자산이다.

기술개발에 목숨을 건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을 압도할 수 있는 기술력 없이는 세계화시대에 결코 존립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또 남들이 안하는 틈새시장을 간파,제품을 차별화해 왔다.

'누군가 해야 할 분야라면 내가 하자'는 도전정신으로 새롭게 기업역사를 써가고 있는 것.

핀란드에서는 중소기업들이 창업하기 전부터 제품들을 해외 어디에 팔 것인지 생각하고 회사를 설립한다고 한다.

이런 사고가 작지만 강한 나라를 만들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일본이 선진국이 된 것도 중소기업들이 강하기 때문이다.

부존자원도 별로 없고 인구도 얼마 되지 않는 대만이 세계경제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힘의 원천도 건실하고 강한 중소기업들이 많아서다.

사실 기술개발,제품차별화 및 전문화의 중요성을 모르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10년 전만 해도 내수는 중소기업이,수출은 대기업이 한다는 의식이 팽배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변했다.

중소기업 스스로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유럽의 강소국에서는 중소기업들이 '글로벌화하지 않으면 죽는다(Globalize or Die)'는 각오로 뛰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정부와 기업도 이런 사고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