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017670]이 하나로텔레콤[033630]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통신업계가 지각 변동에 휩싸일 전망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르면 다음주께 마무리될 하나로텔레콤 매각을 앞두고 유력한 인수 후보인 호주계 투자은행 맥쿼리와 경쟁할 방침임을 공식화했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이날 한국경쟁력연구원(KORIC) 조찬 포럼에서 하나로텔레콤 인수와 관련해 "관심을 안 갖는게 이상한 일 아니냐"며 "지켜보면 안 다"고 말해 인수전에 뛰어들었음을 밝혔다.

SK텔레콤의 이런 입장은 메가박스 등 대형 인수합병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이다.

SK텔레콤을 종합 통신그룹으로 변모시키려는 최태원 그룹 회장의 의지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로텔레콤을 SK텔레콤이 인수하게 된다면 국내 통신시장은 KT그룹과 `SK텔레콤 그룹'의 2강 체제로 재편된다.

KT는 그동안 유선 시장의 91%를 차지하며 지배적 사업자로 군림해왔지만,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을 갖춘 SK텔레콤이 기존 하나로텔레콤의 유선 사업을 인수하게 되면 초고속인터넷, 유선전화 시장에서 절대 강자 자리를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

휴대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유선전화를 묶어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결합상품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업계에서 일찌감치 SK텔레콤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이유 중 하나다.

하나로텔레콤이 공을 들이고 있는 IPTV(하나TV)도 SK텔레콤이 눈독을 들이는 사업 부문이다.

50만명이 가입한 하나TV는 IPTV 법제화가 지연되면서 아직 날개를 달지 못한 상태지만, 시장 전망은 여전히 밝은 편이다.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포화, 해외 사업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SK텔레콤으로서는 IPTV를 미디어 그룹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의 처지에서는 하나로텔레콤이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긴 해도, 실제 인수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에 필요한 자금만 1조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유선 시장도 이미 포화 상태라 향후 마케팅에 드는 추가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독과점 논란도 예상된다.

LG텔레콤[032640]이나 KTF[032390] 등 이동통신사업자는 물론 유선 사업자들도 이통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유선 2위 사업자를 인수하게 되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 인가 절차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라는 든든한 투자자를 확보한 맥쿼리가 입찰에서 얼마를 써낼지도 큰 변수다.

국민연금 외에 다른 기업들도 참여하는 맥쿼리 컨소시엄은 자금력만 놓고 본다면 SK텔레콤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의 대주주인 AIG-뉴브리지캐피탈측은 그간 외국 자본을 `먹튀'에 비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맥쿼리에 국민연금이 참여함에 따라 `먹튀' 논란도 잠재울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으로서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지만 비용과 효율을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자금력의 싸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