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그 파장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원유(WTI)는 전날보다 1.48달러(1.7%) 오른 배럴당 87.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WTI는 장중 배럴당 88.20달러까지 치솟아 1983년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88달러 선을 깼다.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의 1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1.44달러(1.7%) 오른 배럴당 84.19달러에 거래됐다.최근 터키가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반군 소탕 작전을 추진하면서 공급 불안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달러화 약세로 원유 등 상품 투자에 투기 자금이 몰린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데이너 페리노 미 백악관 대변인은 "(고유가가) 매우 우려스럽다"며 "에너지 비용으로 더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하는 저소득 가정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전날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주택시장 침체 우려를 밝힌 데다 일부 기업의 실적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증시도 고유가의 영향권에 들어갔다.이날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71.86포인트(0.51%) 하락했다. 뉴욕타임스는 세계 경제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유가 상승세에 내성을 키워왔지만 주택시장 침체를 겪고 있는 미국에는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고유가 파장이 위기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는 상대적으로 적다.파이낸셜 타임스는 고유가가 장기적으로 시장에 불안요인이 되겠지만 당장 위기를 몰고올 것 같은 징후는 없다고 보도했다.일부 전문가들은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만큼 유가를 다른 나라 통화로 환산할 경우 상승폭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스트맥스퓨처스의 테츠 에모리 펀드매니저는 "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며 "겨울철 원유 소비량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다음 달 12일 장관급 회담을 열고 유가와 생산량 조절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