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군인사법 시행규칙 "내부 사무처리 준칙일뿐"

유방암 투병 후 군 신체검사에서 2급 장애판정을 받은 피우진(52.여.예비역중령)씨를 군에서 퇴역시킨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민중기 부장판사)는 5일 국방부가 지난해 9월 피씨에 대해 퇴역 처분한 것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씨가 유방암 진단을 받아 유방절제술을 받았으나 수술 경과가 양호하고 향후 완치 가능성이 90% 이상인 점, 피씨가 수술 후 정기 체력검정에서 모두 합격 판정을 받았고 수술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씨가 현역으로 복무하는 데 장애 사유가 없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씨의 퇴역 근거가 됐던 군인사법 시행규칙이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 준칙에 불과하다고 판단하면서 "오늘날 현역복무를 단순히 육체적 전투수행으로 볼 게 아니라 군 조직관리나 행정 업무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 전투수행으로 봐야 하는 점, 군인사법 시행규칙상 심신장애 등급이 과도하게 높게 책정돼 있는 점 등도 고려한다"고 밝혔다.

피씨는 올해 초 "유방암 수술 뒤 완치나 다름 없는 건강 상태를 보이고 있어 현역 복무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도 군인사법 시행규칙상 자동퇴역으로 규정돼 있는 공상장애 등급을 받았다는 이유로 퇴역시킨 것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피씨는 1978년 소위로 임관해 1981년 헬기 조종사가 됐으며 2002년 유방암에 걸려 양쪽 가슴을 도려내고 병마를 이겨냈지만 군 신체검사에서 2급 장애판정이 내려져 퇴역했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