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에 관대' 비판 감수" 재판부, `사회봉사명령 확대'에 의미

수백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1조원대의 사회 환원 약속을 지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 회장은 6일 서울고법 형사10부(이재홍 수석부장판사)가 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어 약속한 사회 공헌에 진력해달라"고 말하자 연방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답했다.

짙은 회색 양복 차림으로 공판에 나온 정 회장은 두 손을 모으고 피고인석에 앉아 선고 결과를 들었다.

정 회장은 집행유예가 선고된 뒤 변호인 등과 악수를 하기도 했지만 재벌총수에 관대한 법원 판결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묵묵히 법정을 나섰다.

선고공판이 시작되기 전 현대차 관계자들로 가득 찬 방청석에는 긴장감이 감돌았으며 정 회장도 굳은 얼굴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그러나 재판부가 양형 이유를 밝히며 "저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실형 선고로) 우리나라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는 도박을 하기 꺼려졌다"고 언급하자 실형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지되기 시작했고 결국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7월로 예정돼 있었던 정 회장의 선고공판은 일정 취소를 거듭하다 약 두 달이 지나서야 열렸으며 재판부는 30분 가까이 유ㆍ무죄 판단과 양형 이유를 설명해 그간의 고심을 내비쳤다.

재판부는 정 회장이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약속한 사회 환원과 경제단체에서의 강연, 경제전문잡지의 기고 등을 골자로 한 사회봉사 명령을 집행유예와 함께 선고하면서 "화이트칼라 범죄에 관대하고 재벌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재판부로서) 달게 받겠다"면서 사회봉사 명령의 확대에 이번 선고의 의미가 있음을 누차 강조했다.

재판부는 선고 말미에 "정 회장이 여수 세계박람회의 명예위원장으로 위촉됐다는 것이 신문에도 많이 나서 심리적인 압박을 받았다.

여수박람회 유치에 노력해달라"고 당부했고 정 회장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하며 재판부가 퇴정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법정을 빠져나갔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