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사람 따가운 시선/ 난 절대 신경쓰지 않아/ 하늘 끝까지 달려갈 거야/ 그 어떤 누구보다 소중한 건/ 바로 지금 바로 나잖아/나나나∼.'('활화산'의 '즐거운 인생' 중에서)

출근하는 아내와 여중생 딸의 눈치를 살피는 백수 기영(정진영),택배와 대리운전으로 자식 학원비를 대는 성욱(김윤석),라면을 먹으며 그리움을 달래는 기러기 아빠 혁수(김상호)의 중년 인생은 결코 즐겁지 않다.

어느 날 대학시절 록 밴드 '활화산'에서 함께 활동했던 보컬 상우의 장례식장에서 다시 만난 이들은 장발에 나팔바지를 입고 캠퍼스를 주름잡던 때를 떠올린다.

꿈을 꿀 자유마저 사치스러운 이 '노땅'들은 감히 '활화산'을 재결성하기로 한다.

올 하반기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의 신작 '즐거운 인생'이 개봉된다.

'라디오 스타'처럼 중년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훨씬 더 밝고 경쾌하다.

과장되지 않은 유머로 이야기를 술술 풀어가는 이 감독의 실력도 여전하다.

그러면서 관객들에게 던지는 주제 의식이 결코 가볍지 않다.

중년 3인방의 '난장판' 연주는 성인나이트클럽 무대에서도 퇴짜를 맞는다.

대학가요제 예선에서 세 번이나 탈락했던 실력이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상우의 아들 현준(장근석)이 보컬로 가세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어설픈 문신까지 새긴 이들은 홍대 클럽에까지 진출하지만 가족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이들이 상우의 유작이자 20년 만의 신곡 '즐거운 인생'을 발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

꿈을 되찾으려는 '활화산' 멤버들에게 현실은 여전히 냉정하다.

밴드 활동을 시작하자 곧 아내의 가출과 가족의 버림이라는 큰 불행이 닥친다.

해체 위기에서 다시 모인 이들이 몽환적인 분위기의 록 아카펠라를 연주하는 장면은 꿈과 현실의 서글픈 괴리를 잘 보여주는 대목.그렇다면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이 영화는 바로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즉 꿈이 아니겠냐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다.

비록 그 꿈이 현실까지 바꿔주지는 못 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배우들이 직접 노래하고 연주하는 '한동안 뜸했었지' '불놀이야' 등 추억의 명곡들은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흥겹다.

특히 주제가 담긴 엔딩곡 '즐거운 인생'은 막혀있던 속을 다 뚫어주는 것 같다.

극장을 나오는 순간 어느 새 후렴구를 중얼거리며 '나도 한 번 저질러 볼까'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9월13일 개봉.전체.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