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전략 변경 vs 언론플레이"

탈레반 무장세력이 한국인 인질 가운데 8명을 아프가니스탄 교도소에 수감 중인 탈레반 죄수 8명과 교환하자는 제안을 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석방 조건을 변경한 것은 탈레반의 협상전략에 중대한 수정이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탈레반은 한국인 인질 23명과 탈레반 죄수 23명을 맞교환하자는 자신들의 당초 제안이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고 자체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탈레반의 협상 상대였던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죄수 맞교환 방안을 완강히 거부해왔고,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까지 테러세력과의 불타협이라는 원칙론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교도소에 수감된 동료 탈레반 죄수 가운데 반드시 석방시켜야 할 핵심인사 8명을 고른 뒤 이 수에 맞춰 한국인질을 석방시키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

맞교환 대상을 대폭 줄임으로써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노림수인 셈이다.

인질 석방에 대한 여론의 기대를 높여 관련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언론플레이의 냄새도 없지 않다.

이와 함께 이번 인질석방협상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화시키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는 분석이다.

일단 탈레반 핵심인사 8명을 석방시킨 뒤 나머지 한국 인질 15명의 석방조건으로 몸값 등 새로운 요구를 내놓은 뒤 느긋한 상황에서 협상에 임하려 한다는 이야기다.

협상단을 이끌고 있는 부족 원로인 와히둘라 무자다디는 "교환대상으로 선정된 탈레반 죄수 8명의 명단을 받았다"며 "탈레반은 나중에 나머지 인질들도 죄수들과 교환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일부 인질만 미리 교환하자는 제안의 배경에는 실용적인 측면도 없지 않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현재 탈레반은 한국인 피랍자들을 3~7군데로 분산해 억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나눴다고 하더라도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눈을 피한 채 가둬두기엔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만한 인원이다.

특히 현지 소식통을 통해 알려진대로 일부 피랍자의 건강상태가 나빠졌기 때문에 관리에 부담을 느낀 탈레반이 서둘러 일부 인질의 교환을 제안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서울=연합뉴스)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