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해도 시장은 안믿고…신사업 고민하는 `고릴라'

SK텔레콤[017670]이 최근 잇따라 대형 M&A(인수합병)마다 단골 물주로 거론되고 있어 조만간 이동통신 회사라는 간판에 다른 간판을 추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호주 맥쿼리 펀드가 18일 극장 체인 메가박스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충무로 등 영화계와 업계에서는 맥쿼리측이 메가박스를 재매각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재매각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인수 기업은 SK텔레콤, KT 등 대형 통신업체와 외국계 직배사 등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메가박스 매각설이 불거졌을 때 "인수 의향이 없다"며 휴대전화 콘텐츠와 관련된 배급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IHQ 등 엔터테인먼트 계열사와 수직 구조를 이룰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수 가능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해외 이동통신 시장에도 SK텔레콤은 M&A 물주로 등장했다.

최근 미국 3위 이동통신 업체인 스프린트넥스텔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SK텔레콤은 공시를 통해 공식 부인했지만 미국 현지 투자자들은 사실 여부를 떠나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스프린트넥스텔의 망을 빌려 MVNO(가상 이동통신망사업자) 형태로 운영하는 힐리오(Helio)가 가입자 10만 수준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어 차라리 스프린트넥스텔을 인수하는게 낫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나왔다.

미국 인터넷 증권사이트 모틀리 풀(www.fool.com)은 최근 보고서에서 SK텔레콤의 부인 공시에도 불구하고 스프린트넥스텔의 피인수 가능성을 투자자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가가 급등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모틀리 풀은 SK텔레콤을 `400kg의 고릴라'라고 비유하면서 투자 의견을 제시했다.

스프린트넥스텔 인수설이 한바탕 소동으로 마무리됐지만 SK텔레콤은 다른 형태의 해외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사모펀드와 접촉을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져 깜짝 M&A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초고속 인터넷, 유선전화 사업자인 하나로텔레콤 인수는 SK텔레콤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시장에서 믿지 않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하나로텔레콤 인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인수 계획이 없다"고 말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SK텔레콤과 LG그룹 통신계열사들을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

SK텔레콤의 고민은 연 순이익이 1조원이 넘을 정도로 풍부한 실탄(현금)을 투자할 수 있는 확실한 성장 동력(신사업)을 찾는 데 있다.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정점에 이른 상황에서 해외 사업 개척, M&A 등 돌파구를 찾지못하면 더 이상의 발전은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2000을 목전에 둘 정도로 강세장이 펼쳐졌을 때도 소외됐던 주가가 이를 반영한다.

김신배 사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주가 얘기를 꺼내자 "말도 마라. 골치 아프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3세대 이동통신 시장 확대도 이리저리 잴 정도로 기업 문화가 신중한 데 M&A에 속전 속결로 나서지는 않을 것 같다.

물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내부의 고민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