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 결과는 잊어라.본 게임은 지금부터다."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둘러싼 평창(대한민국)-소치(러시아)-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간 '총성 없는' 전쟁이 마지막 레이스에 돌입했다.

유치 결정(한국시간 5일 오전 8시)을 4일 앞둔 1일(이하 한국시간) 각국 정상을 비롯한 정·재계 실력자들이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가 열리는 과테말라로 속속 입국하며 IOC 위원들을 대상으로 막판 '표심 잡기'에 들어갔다.

전략은 '3시3색(三市三色)'이다.

지난달 IOC의 평가보고서 발표 이후 선두에 나선 평창은 그동안 공들인 IOC 위원들을 상대로 차분하게 '맨투맨' 설득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반면 소치는 전세기 9대를 동원해 1000명이 넘는 유치단을 과테말라로 내보내는 등 '물량공세'로 맞서고 있다.

3개 도시 중 가장 먼저 현지 유치활동에 나선 곳은 평창.한승수 위원장과 김진선 강원도지사 등 유치위 공식 대표단 60명은 4일 열리는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지난달 29일과 30일 두 차례의 리허설을 실시했다.

현지 호텔에 상황본부를 설치한 평창 유치위는 미리 제출한 유치 계획서에 따라 차분하게 각국 IOC 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전략이다.

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 회장과 박용성 두산 회장도 막판 세몰이를 위한 지원활동에 들어갔다.

이 회장과 박 회장은 각각 지난달 30일과 29일 과테말라에 도착해 IOC 위원들을 상대로 '맨투맨' 설득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달 15일 멕시코로 출국,중남미 일대를 돌며 현지 IOC 위원들에게 지원을 호소했다.

박 회장은 이날 현지에서 기자와 만나 "현재 3개 후보 도시의 경쟁이 너무 치열해 IOC 위원들도 예상을 못할 정도"라며 "아마 하느님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선 비관도,낙관도 할 수 없는 상태이며 이건희 회장과 함께 막판까지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만약 1차 투표에서 결정된다면 그건 분명히 평창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치는 '대국(大國)의 세력'을 과시하는 전략을 택했다.

우선 유치단 규모면에서 경쟁 도시를 압도한다.

소치는 지난달 25일 과테말라에 1차 유치단을 파견한 데 이어 3일까지 1000명이 넘는 유치단을 보낼 계획이다.

사실상 유치 '총책'을 맡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일정을 하루 앞당겨 3일 과테말라에 입국,각국 IOC 위원들을 개별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싱가포르에서 2012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위한 IOC 총회가 열렸을 때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투표 전날 현장에 도착해 곧바로 숙소로 향한 반면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사흘 전 도착해 각국의 IOC 위원들을 만나는 등 득표 활동을 벌여 역전승한 사례를 염두에 두고 득표활동에 나선다는 것.

소치는 또 4일 공개하는 프레젠테이션 영상물을 할리우드 영화의 거장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감수를 받는 등 IOC 위원들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 세심한 공을 들였다.

소치가 준비한 '아이스 쇼'도 IOC 총회가 열리는 웨스틴카미노 호텔 안팎에서 화제를 몰고 있다.

소치는 '적도의 나라' 과테말라에서 아이스 쇼를 선보이기 위해 본국에서 수송해온 대형 아이스 링크를 IOC 총회장 근처에 설치한 상태.남자 피겨 스케이팅 전(前) 세계챔피언인 에브게니 플루셴코도 불렀다.

비록 "IOC 본부 호텔 이외 지역에서 후보 도시 관계자와 IOC 위원이 접촉하는 것은 윤리 규정 위반"이란 지적에 따라 IOC 위원 초청은 무산됐지만,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소치의 노력이 투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또 다른 경쟁 도시인 잘츠부르크의 전략은 '읍소'다.

현지에서는 잘츠부르크 측이 유럽 IOC 위원들을 상대로 "2차 투표까지만 가게 도와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에 미뤄 2차 투표를 통해 역전극을 노린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2일 과테말라 현지에 도착,본격적인 유치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1일 미국 시애틀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평창 유치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며 자신감을 피력한 뒤 "부담이 좀 되긴 하지만 큰소리 먼저 치겠다"고 말했다.

과테말라=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시애틀=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