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류회사인 UPS가 캐나다 연방정부를 상대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위반했다며 1억600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제기한 소송이 지난 11일 최종 기각된 것으로 밝혀졌다.

소송이 시작된 지 7년 만에 캐나다 정부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이 소송이 FTA상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도(ISD)가 남용된 대표적 사례라며 한·미 FTA의 반대 근거로 삼아왔다.

17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는 이달 11일 UPS가 2000년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캐나다 우체국(캐나다포스트)의 자회사인 소포배달업체가 모회사의 우편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특혜이며 이로 인해 자유로운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중재재판부는 UPS가 △우체국 망의 독점적 이용 △우체국 연금 혜택 △자회사에 대한 물량 배당 등을 '교차보조'라고 주장한 데 대해 캐나다 우체국이 일반 우편의 인프라를 통해 소포 및 특급 배달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일체의 NAFTA 의무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UPS는 NAFTA 11장 분쟁해결 절차가 규정한 ISD(투자유치국이 FTA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외국 투자자가 피해를 입었을 때 국제중재를 신청할 수 있게 한 제도)를 이용해 캐나다를 제소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판정이 정부의 공공서비스에 대해 기업이 ISD로 제소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ISD 때문에 정부의 정당한 공공정책이나 규제 권한이 제한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 준 판결"이라고 밝혔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에서 활동해온 송기호 변호사도 "우려했던 판결이 나오지 않아 다행스럽다"며 "공공정책이 가진 고유의 의미를 국제중재제도가 인정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범국본은 ISD로 인해 정부의 공공정책이 무력화될 것이라며 한·미 FTA에 반대해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