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복지사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충분한 인프라도 구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의욕만 앞세워 시행을 앞당기고 있는 탓에 예산낭비의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선 "매칭 방식의 복지사업 예산으로 인한 부담을 견딜 수 없다. 이제 그만 복지사업을 내려보냈으면 한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복지 사업의 대부분은 중앙정부가 일부를 대면 지자체가 반드시 일부를 대야 하는 매칭펀드 방식이다.


◆준비 안된 복지사업

내년 1월부터 전국의 70세 이상 노인 60%에 월 8만9000원의 생활보조금을 지급할 기초노령연금사업은 시행 7개월을 앞두고 있으나 아직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이 마련돼 있지 않고,소득 하위 60%를 선정할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을 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내년에만 국비 1조8000억~1조9000억원,지방비 5000억~6000억원 등 총 2조4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도 내년 7월부터 실시될 예정이지만 기반 인프라 부족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15만여 명의 서비스 수급자를 선정하는 문제부터 중증 장애 및 거동불편 노인들을 돌볼 시설 및 재가서비스 요원들을 양성하는 문제까지 풀리지 않고 있어 예산낭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외에도 2010년까지 매년 20만개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공급하는 사회서비스 확충전략도 중복투자와 지원효과 문제점이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일부는 존폐기로에

속성 복지사업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4월부터 시행된 '노인 돌보미 서비스'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자비로 월 3만6000원을 부담하면 도우미를 9차례 파견해 일상을 도와주는 이 서비스는 신청자가 없어 사업 내용을 완전히 바꿔야 할 처지에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홍보 부족에다 일부 자비부담 탓에 올해 2만5000명에게 서비스를 지원하려 했지만 한 달 동안 1800명만 지원했다"며 "자비부담 요건을 없애 사업을 키우던가,사업자체를 아예 접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복지사업 그만 내려보내라"

오승희 광주광역시 사회복지국장은 "새로운 복지사업을 만들어 자꾸 내려보내는데 그만 좀 했으면 싶다"고 호소했다.

오 국장은 "중앙정부가 일부 사업비를 지원한다고 해도 지자체들의 인건비도 빡빡한 상황이어서 이를 기피하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국비와 광역시비를 내려보내도 사업을 안하겠다고 이를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임채환 광주광역시 보건위생과장은 "지자체들의 재원대책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복지사업을 찾아내기보다는 기존 사업의 효율성을 따져볼 필요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기초생활급여 제도를 실패한 복지정책의 예로 들면서 "기초생활급여 제도는 돈만 들어가지 생보자 지위에서 빠져나오려는 자활의지를 전혀 불어넣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득종 연세대 교수(행정학과)는 "저출산ㆍ고령화의 급속한 진행에 따라 앞으로 복지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복지사업을 발굴해야 할 필요성도 있지만 기존 사업의 효율성을 높여가는 방안을 찾는 게 나라살림 측면에서 더 신경써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