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부동산펀드 회사들이 서울 4대문 지역의 도심재개발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도심권 업무용빌딩 매물이 부족해지자 아예 개발 초기단계 물건을 사들이는 '입도선매'식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특히 도심재개발사업을 추진해온 개발업체(시행사)나 건설사도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주상복합 아파트를 포기하는 대신 업무용빌딩 개발로 급선회하는 추세여서 향후 도심재개발사업의 판도변화가 주목된다.


◆주상복합 대신 오피스빌딩 건립 바람

21일 업계에 따르면 개발업체인 글로스타가 당초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던 5만평 규모의 서울 중구 을지로 2-5구역은 최근 업무용 빌딩을 짓기로 하고 사업시행인가 변경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 종로구청 앞 석탄회관 맞은 편에 위치한 청진5지구 역시 당초 주상복합 건물로 사업승인을 받았지만 최근 개발계획을 오피스빌딩으로 바꿨다.

업계 관계자는 "도심재개발사업을 통해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으려던 상당수 프로젝트가 오피스빌딩 개발로 방향을 틀고 있다"며 "오는 9월 시행되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어서는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펀드 신축빌딩 선취매 바람

이처럼 건설사들이 주상복합 대신 오피스 빌딩 개발 쪽으로 급선회하는 것은 빌딩을 지은 뒤 건물을 매입·관리해 줄 든든한 '돈줄'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주상복합 아파트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운 건설사와 매물 확보 경쟁이 치열한 국내외 부동산펀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주상복합 대신 오피스빌딩을 지을 을지로 2-5구역은 건물이 준공되면 메릴린치와 맵스자산운용이 각각 절반씩 투자해 총 8432억원을 주고 매입키로 한 상태다.

2010년 완공 목표로 짓고 있는 지상 28층 규모의 중구 남대문로 양동 3구역도 마이다스자산운용이 작년 말 1572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부동산리츠회사인 코람코도 최근 광화문 씨티은행 본사 맞은 편에 있는 도심재개발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밖에 서울 중구·을지로·종로구 등 도심권 도시환경정비구역을 중심으로 국내외 부동산펀드들이 사업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맵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미 준공된 빌딩을 사들이는 것보다 개발초기 단계의 물량을 확보하면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원가 수준에서 빌딩을 확보할 수 있고 임대수요에 맞춰 설계·관리하기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건설업체와 부동산펀드의 이 같은 움직임이 향후 도심재개발 사업의 판도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