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베트남판 코엑스 단지' 건설에 나선다.

베트남판 복합 단지 건설 사업은 하노이시 중심가에 위치한 '장보' 전시장을 재개발하는 것으로 부지 면적 30만평에 20억달러에 달하는 공사비가 투자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금호아시아나 입장에선 작년 말 그룹에 편입된 대우건설이 같은 건설 계열사인 금호건설과 공동수주에 나서는 첫 작품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응웬신헝 베트남 수석 부총리와 만나 "대우건설과 금호건설이 힘을 모아 장보 전시장을 하노이의 새로운 심벌로 재탄생시키겠다.

기회를 달라"고 요청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

베트남은 현재 서울 삼성동 코엑스 단지를 모델로 장보 전시장 재개발 계획을 마련,조만간 국내외 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제안서를 받을 계획이다.

금호-대우건설 20억弗 첫 합작 … 하노이에 '코엑스 몰' 건설 추진
하노이 메찌지구에 마련되는 장보 전시장의 대체 부지 면적은 28만평으로 무역센터빌딩에서 아셈타워에 이르는 'ㅁ'자 모양의 코엑스 블록(6만평)보다 5배 정도 크다.

베트남 정부는 이곳에 12억달러를 투입해 대규모 전시장과 함께 무역센터,쇼핑몰,호텔,백화점 등 부대시설이 들어서는 하노이의 대표적 비즈니스·상업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7억6600만달러를 들여 2만평 규모의 기존 장보 전시장을 비즈니즈센터 등으로 재건축할 방침이다.

박창규 대우건설 사장은 "부대시설 규모에 따라 달라지지만 최소 20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이 진행 중인 하노이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7억달러)보다 3배 이상 큰 사업이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이 그동안 베트남 정부와 쌓은 신뢰 관계 및 베트남에서의 건설 경험 등을 감안할 때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응웬신헝 부총리도 이날 박 회장의 요청에 "금호아시아나가 한국에서의 명성 그대로 베트남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며 "앞으로 긴밀히 협조해 함께 사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고 화답했다.

그는 특히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 중인 철도 및 지하철 건설 프로젝트에도 금호아시아나가 동참해 주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응웬신헝 부총리는 또 "최근 '영웅시대'란 한국 드라마를 봤는데 (박 회장과 같은) 한국 기업인들과 한국의 경제 발전 속도에 존경심이 우러났다"며 "베트남은 한국을 경제 개발 모델로 삼고 있으며 금호아시아나가 양국 협력의 선두에 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회장은 이에 "베트남 경제가 궤도에 오를 때까지 현지에서 발생한 이익을 한국으로 가져오지 않고 베트남에 재투자할 계획"이라며 "베트남에 '제2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베트남은 우수한 인적 자원과 우리와 비슷한 국민 정서가 최대 매력 포인트"라며 "이는 금호아시아나가 베트남에 가장 많이 투자한 한국 기업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를 위해 대우건설이 진행 중인 하노이 신도시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토지 수용을 독려해 줄 것과 아시아나항공의 베트남 노선을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2012년 세계박람회(여수)와 2014년 동계올림픽(평창) 유치에 힘을 보태달라고 부탁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