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의 차는 기품이 있다.

이는 외관 디자인에서부터 엔진 성능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철학을 통해 유지되고 있는 재규어만의 브랜드 이미지다.

굴곡이 있는 독특한 보닛 디자인과 길고 낮게 깔린 차체가 밖에서 볼 때부터 우아한 분위기를 풍긴다.

내부 디자인도 다른 브랜드의 차량과는 분명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

스티어링휠과 변속기 레버, 센터페시아 등을 천연 호두나무 소재로 만들었다.

색감의 통일성을 위해 한 대의 차량에는 한 그루의 호두나무에서 나온 목재만을 쓴다고 한다.

여기에 시트와 팔걸이 등은 천연가죽으로 감싸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 은은하게 전해져 오는 아날로그적인 촉감이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첨단기술과 화려함을 강조하는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특징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주행성능에서도 마찬가지로 느껴진다.

재규어 XJ 2.7D의 엔진은 분명 디젤엔진. 그러나 소음과 진동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엔진 소음이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엔진룸의 구조를 바꾸고 라미네이트 글래스(이중접합유리) 등 첨단 방음재를 사용, 소음을 10dB(데시벨)이나 낮췄다는 것이 재규어 측의 설명이다.

이는 유럽연합이 정하고 있는 디젤차량의 소음 기준보다도 7dB이나 낮은 수치라고 한다.

진동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차체의 진동을 줄이기 위해 업계 최초로 장착된 능동적 엔진충격 흡수 마운트(AEM)가 진동을 90% 이상 흡수한다고 한다.

급가속을 해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부드럽고 조용하게 밀고 나간다.

외관과 실내 디자인에서부터 느껴지는 품격을 조용한 디젤엔진을 통해 완성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최첨단 장치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노면 상태에 따라 바퀴의 구동력을 배분해 주는 TCS(트랙션컨트롤시스템)와 앞 차와의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달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들어가 있고 사이드커튼 에어백과 DSC(차량자세 제어장치) 등의 안전장치를 갖췄다.

연비는 ℓ당 11.6 km, 판매가격은 9200만원.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