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게시판에 아나운서 커플 사생활 사진 유포
네이버 인기검색어에도 장시간 노출...일부 언론ㆍ포털ㆍ네티즌 등 도덕 불감증 만연

일부 네티즌이 최근 디시인사이드 등의 익명게시판 등을 통해 한 아나운서 커플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유포하는 등 인터넷 상의 개인정보 유출행위가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29일 `ykw'라는 닉네임의 한 네티즌이 오전 3시5분 디시인사이드의 익명게시판인 아나운서 갤러리에 한 아나운서 커플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 7~8장이 최초로 게재한 뒤 다수의 네티즌이 이어 막장갤러리와 네이버 등 주요 포털에 대량 유포했다.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사장은 "같은 닉네임의 네티즌이 수개월 전 같은 게시판에 다른 아나운서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게시한 적이 있는데 같은 사람의 소행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첫 게시물에는 사진과 함께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하는 글도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이날 오전 5시40분 자택에 출동한 경찰의 요청을 받고 해당 글을 삭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같은 날 이 사이트의 익명게시판에 한 일반인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도 대량 유출, 디시인사이드 갤러리가 사생활 침해 목적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사진은 당사자인 남자 아나운서의 싸이월드 개인홈피에 비공개 상태로 게시돼 있던 것으로 그의 싸이월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한 네티즌이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진은 이어 네티즌을 통해 주요 포털 등으로 유포됐고, 일부 언론에서 사진을 실은 기사 형태로 다뤄지기도 했다.

피해 아나운서는 사진을 게재한 언론매체에 대해서도 명예훼손 혐의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네이버 등 주요 포털이 관련 단어를 실시간 인기검색어 목록에 장시간 노출해 사건이 확대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관련 검색어는 29일 사진이 유포된 당일부터 30일 오후 7시 현재까지 실시간 인기검색어에 올라와 있다.

직장인 권모(여.29)씨는 "네이버가 인기검색어에 관련 검색어를 노출하지 않았다면 상당수의 네티즌이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지만 주요 포털이 궁금증을 유발하고 관련사진을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해 문제가 확대됐다"며 포털의 무책임성을 비판했다.

네이버의 경우 검색점유율이 70%를 넘어서는 등 시장지배력을 갖추었음에도 사생활 유출과 관련, 네티즌 등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NHN 관계자는 "관련 뉴스를 통해 인기검색어에 자동노출됐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삭제할 수 없었다"며 "관련 단어를 검색에서 제외하거나 실시간 인기검색어에서 없애면 여론 조작이라는 네티즌의 비판을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사진의 출처로 알려진 싸이월드 관계자는 "영등포경찰서로부터 수사협조를 요청받았다"며 "해당 아나운서의 아이디로 로그인을 시도한 IP(인터넷프로토콜)주소의 분석자료를 넘겨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자체 조사결과 해당 아나운서의 아이디나 비밀번호 정보를 얻기 위해 해킹을 시도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번 같은 일이 반복돼도 해당 유포자나 포털 등에 대해 사회가 법적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법당국의 강력한 처벌을 통해 인터넷 상의 사생활 유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영 기자 thedope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