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瑕疵)에 대해 건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입주자대표자회의에 줘야 한다는 하급심의 ‘반란’을 대법원이 또 묵살해버렸다.

대법원 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대구시 S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 외벽의 균열이나 누수 등 공용시설의 하자와 관련해 대한주택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주택법과 시행령이 입주자대표자회의에게 하자보수청구권을 부여하고 있으나 하자담보추급권(아파트 소유주가 여러차례 바뀌더라도 직전 소유주가 아니라 건설사를 상대로 하자보수를 요구할 권리)까지 부여한 것이라 볼 수 없으므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청구권을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2003년이후 몇차례 이같은 판례를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1심인 성남지원 민사2부(재판장 우광택)와 2심인 서울고법 민사22부(재판장 한위수)는 △주택법 시행령 등에서 대표자회의가 하자보상금을 이용해 직접 보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고 △공용부분의 하자에 대해 아파트 각 세대주가 모두 당사자가 되어 일일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건설사가 하자보수를 하지 않으면 하자보수보증금을 청구하는 외에 다른 법률적 강제수단이 없다는 점을 들어 대표자회의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표자회의의 대표성을 인정해 기존 대법원의 판례에 반기를 든 셈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하자담보추급권은 집합건물 구분소유자(아파트 각 세대주)에게 귀속하는 것”이라며 각 세대주가 개별적으로 소송을 내야한다는 논리를 고수,하급심 재판부의 판례변경 요구를 이번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