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여성 냉동배아 출산권 싸움서 최종 패소 <유럽인권재판소>

배아(胚芽)도 인권이 있을까.

난소암 치료 후 불임이 된 영국 여성이 전 약혼자의 정자로 만든 냉동배아로 출산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했으나 결국 최종 패소했다고 영국 BBC 방송 인터넷판과 AFP 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나탈리 에번스는 2001년 당시 약혼자였던 하워드 존스턴과 시험관 수정을 통해 냉동 배아를 만들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헤어진 후 존스턴은 원치않는 아이를 가짐으로써 감정적, 경제적 짐을 지고 싶지 않다며 배아 사용 동의를 철회했다.

영국 법에 따르면 남녀가 모두 동의해야 배아를 사용할 수 있다.

에번스는 혼자서도 아이를 낳게 해달라며 영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으며 유럽인권재판소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유럽인권재판소도 지난해 3월 영국 법원의 판결을 지지하자 에번스를 최후의 수단으로 유럽인권협약에 따라 유럽인권재판소 항소심 재판부(Grand Chamber)에 호소하게 된 것.
항소심 재판부도 10일 판결에서 "이 문제는 도덕적, 윤리적으로 민감한 문제임이 틀림없다"면서 "에번스와 그녀의 약혼자가 만든 배아는 유럽인권협약 2조에 의거한 '태어날 권리(a right to life)'를 갖고 있지 않다"며 에번스가 냉동배아를 사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에번스는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배아가 파기되고 내가 엄마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다"며 끝내 울움을 터트렸다.

냉동배아를 보관 중인 병원은 모든 항소 절차가 끝날때까지 냉동배아를 파기하지 말 것을 명령받은 상태. 영국 법에 따르면 냉동배아는 28일 안에 파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 약혼자인 존스턴은 이번 판결에 안도감을 나타내고 "에번스가 입양 등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