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를 탄 시민들이 활보하고 있는 베트남 호찌민시 중심가의 한 공사 현장.

깔끔하고 단정하게 친 펜스 너머로 총 12대의 거대한 굴착 크레인이 바쁘게 팔을 휘젓고 있다.

굴착 크레인은 땅을 파서 기초 작업을 할 때 이용되는 기계로 공사가 아직 초기 단계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출입구쪽에서는 화물차가 들락거리고, 안전모를 눌러쓴 채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검게 그을린 얼굴에는 구슬땀이 떨어진다.

바깥 온도는 영상 38도. 태양마저 작렬해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를 정도로 무더위가 기승이다.

이 곳은 금호건설이 시공하는 호찌민의 '금호아시아나플라자' 복합건물 공사장. 베트남의 경제수도 호찌민시에서도 가장 중심지인 레 쥬앙(Le Duan) 39번가에 자리한다.

우리로 치면 서울 광화문 정도의 요지인 셈이다.

이런 곳에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와 호텔, 오피스 신축이 진행되면서 베트남 현지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지에서 여행 가이드를 하고 있는 교민 고수영씨는 "대통령궁과 호찌민 우체국, 노트르담의 성당, 다이아몬드 플라자 등 지역 명물에 이어 호찌민 시내에 또하나의 랜드마크가 탄생하는 것"이라며 "한국 건설회사가 베트남에 이런 건물을 짓는다니 같은 민족으로서 어깨가 으쓱해진다"고 말했다.

◇ 베트남 첫 외국인 단독 사업

호찌민 금호아시아나플라자는 금호건설에게는 특별한 사업이다.

국내 건설사업에만 치중해왔던 금호가 1984년 사우디아라비아 부레이야 급수탑 공사 이후 22년만에 추진하는 첫 해외 공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통상 외국 기업들이 베트남 정부와 공동(조인트벤처)으로 사업을 하는 것과 달리 이 사업은 금호건설이 100% 단독 출자한 사업이어서 더욱 의의가 있다.

임대기간인 50년간 정부에 토지 임차료만 내면 나머지 투자 수익금은 모두 금호의 몫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련도 있었다.

1996년 6월 베트남 정부로부터 첫 투자승인서를 받았으나 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며 사업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
10여년간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금호건설은 국내.외 경기가 회복되자 다시 문을 두드렸다.

베트남 정부를 끈질기게 설득해 지난해 6월 변경 출자전환 승인을 받아내고, 기존 35대 65의 조인트벤처 방식 대신 금호측의 100% 투자 형태로 사업구도를 바꾸는데도 성공했다.

◇ 호찌민 명품 건물로 탄생

금호건설은 현재 이 곳 4천124평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32층 높이의 아파트 260가구와 지상 21층짜리 호텔 305실과 오피스.상가 등 3개 동을 짓고 있다.

총 투자금액은 2억5천500만달러. 연면적은 4만4천여평이며 지난해 10월 말 착공에 들어가 현재 공정률은 7.4% 정도다.

2009년 8월말 준공될 예정이다.

금호아시아나플라자 현장의 김성광 차장은 "지반이 약해 지하 60m까지 콘크리트 기둥(파일)을 박아 건물을 지지하는 신공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빠듯한 공기를 맞추기 위해 총 30여명의 인력이 24시간 쉬지 않고 풀가동중"이라고 말했다.

아파트는 헬스클럽, 수영장, 로비 라운지 등이 들어서는 호텔식으로 설계했고, 외관은 현대식 유리와 금속판넬로 시공한다.

1, 2층 상가 부대시설에는 명품 매장이 들어오고, 호텔 운영은 세계적인 호텔체인인 인터콘티넨탈이 맡기로 했다.

금호건설은 아파트, 오피스, 상가 등을 일반인에 분양을 하지 않고 별도 법인에 맡겨 모두 임대할 계획이다.

오피스의 경우 9년, 호텔은 15년, 아파트는 10년 정도면 손익분기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현장소장 박윤정 이사는 "현재 베트남은 현재 오피스 공실률이 1-2%에 머물 정도로 임대업이 호황이어서 수익률도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프로젝트는 금호의 베트남 투자사업의 전진기지인 만큼 최고의 품질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호찌민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