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지난 아기는 제3자를 향해 표시되는 어른의 감정을 눈치채고 배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 대학의 베티 레파촐리 박사는 '아동 발달'(Child Development) 3-4월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돌 지난 아기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해 어른이 나타내는 감정적 행동을 보았을 때 이를 학습해 두었다가 자신이 취할 행동에 반영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돌 지난 아기가 보는 자리에서 가족들이 서로에게 어떤 감정을 표시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레파촐리 박사는 말했다.

돌이 지난 아기는 자신을 향해 어른이 얼굴표정이나 목소리의 어조를 통해 어떤 감정을 나타낼 때는 이에 반응해 스스로 행동을 바꾸지만 자신이 아닌 제3자에게 어른이 나타내는 감정행동까지 보고 배우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다.

레파촐리 박사는 3가지 실험을 통해 이것이 사실임을 밝혀냈다.

1차 실험은 생후 18개월 된 아기 9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어떤 사람(실험자)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모습을 아기가 지켜 보고 있을 때 다른 사람(감정표시자)이 나타나 화난 목소리로 실험자를 야단친다.

그 다음 아기에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감정표시자'는 화난 표정 또는 표정 없이 그 자리에 있거나 자리를 떠난다.

'감정표시자'가 화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아기들은 머뭇거리다 평균 5초가 지나서야 장난감을 만졌다.

그러나 '감정표시자'가 표정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거나 자리를 떠났을 때는 아기들이 장난감을 잡는 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생후 18개월 된 아기 72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2차 실험에서는 '감정표시자'가 '실험자'에게 화를 낸 뒤 아기를 향해 얼굴을 돌리거나 아기에 등을 돌리게 하고 아기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3차 실험에서는 '감정표시자'가 '실험자'와 얘기를 마치고 표정 없이 아기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화난 얼굴의 '감정표시자'가 아기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사이에는 아기들이 "거리낌 없이" 장난감을 갖고 놀았지만 '감정표시자'의 얼굴이 그들을 향하고 있을 때는 상당히 주저하는 태도로 장난감을 만졌다.

'감정표시자'와 '실험자'간에 감정적인 상호행동이 교환되고 있을 때 아기들의 얼굴은 당황한 표정이 아니고 "상당한 관심"이 담긴 표정이었다고 레파촐리 박사는 밝혔다.

레파촐리 박사는 만약 아기가 보는 자리에서 다른 아이를 야단친다면 아기가 그를 보고 학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실험은 "고양이가 떠나면 쥐는 장난을 친다"는 사실도 보여주고 있다고 레파촐리 박사는 덧붙였다.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s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