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엔 캐리트레이드가 폭락 가속"

세계 증시가 중국발(發) 쇼크에 빠진 배경에는 2001년 이후 세계적인 금융완화 정책으로 여유자금이 많이 생기면서 보다 나은 자금운용처를 찾는 헤지펀드 등 거액의 투자자금이 세계를 자유롭게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이들 자금 가운데에서도 지난해 7월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해 온 일본에서 조달한 자금이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일 보도했다.

이들 거액 자금이 생기게 된 것은 2001년의 'IT(정보기술) 버블' 붕괴를 계기로 주요 국가가 금융완화정책을 편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미국은 정책금리를 역사상 최저 수준인 연 1%로 정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유로권의 정책금리를 연 2%로 내렸다.

특히 디플레로 고심하고 있던 일본 중앙은행은 제로금리 정책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투자자들은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국가들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

미국의 투자자들은 중국 주식과 채권도 적극 매입했다.

2001년 3천억엔에 달했던 대중국 투자액이 지난해에는 1조4천억엔에 달했다.

투자과열을 막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4년 6월부터 17회에 걸쳐서 금리를 인상, 현재 5.25%까지 끌어올렸고 ECB도 3.5%대로 금리를 인상했다.

하지만 이는 역사적으로 볼 때 높은 순준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경우 두차례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현재 금리가 0.5%에 불과해 투자자들로 하여금 엔화로 자금을 대출받아 다른 통화권의 고수익 자산 투자, 즉 캐리트레이드(Carry-Trade)를 가능케 했다.

엔 캐리트레이드가 많았던 것은 지난해 주요 통화에 대비한 엔화의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점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 미국 경제와 세계 주식시장의 과열 우려로 인해 세계 증시가 폭락했지만 여기에는 이 같은 엔화 자금이 폭락을 가속화했다고 분석했다.

금융시장에서는 헤지펀드 등 일부 투자자들이 향후 시장 전망이 우려되자 인도 주식부터 호주 달러까지 매각하기 시작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들은 이 돈을 엔화로 바꿔 초기 자금을 마련한 엔화 대출금 상환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28일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는 2% 이상 상승했다.

미국 투자회사인 와초비아의 이코노미스트인 제이 브라이슨은 최근 주식 시장이 몇달새 상당히 오른 만큼 투자자들이 소극적인 행보를 계속할 경우 앞으로 1, 2주간은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이것이 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도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캐리트레이드의 수요자가 아주 다양한데다 또 여러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대규모 엔화 상환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일본 경제에서도 일부 취약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향후 여러달 동안은 일본의 저금리가 계속될 것이란 분석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금융권에서는 이들 자금의 이상 흐름으로 인한 충격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일본은행 총재는 28일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국경을 초월해 자금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환경에서는 금융정책이 국제적으로 어떤 파급효과를 갖는지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미즈노 아쓰시(水野溫氏) 일본은행 금융정책위원도 "장기적으로 온건한 통화정책이 계속될 경우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캐리트레이드 등 저금리의 부작용 가능성을 경고했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