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6자회담 준비.. 금융제재 해제 논의 주목

국무부 "금융제재회담, 장소가 중요하지는 않아"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17일 오후 베를린에서 이틀째 회담을 갖고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논의했다.

두 수석대표는 전날 독일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만난 데 이어 이날 오후 1시 45분께부터 북한대사관에서 1시간 30여분간 만나 차기 6자회담 재개 및 차기 회담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실질적 성과를 거두도록 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힐 차관보는 회담을 마친 뒤 9.19 공동성명을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바이블'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번 회담에서 9.19 성명의 이행방안을 집중 논의했다고 밝혀 9.19 성명에 따른 양측의 초기이행조치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음을 시사했다.

회담에선 또 6자회담 재개의 장애물로 지적돼온 미국의 대북금융제재 해제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외교 소식통들은 관측했다.

미 국무부 톰 케이시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베를린 회담에서 미국의 대북금융제재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이번 회담의 의제는 금융제재 문제가 아니라 북핵 6자회담 재개방안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금융제재 실무회담 장소와 관련, 케이시 부대변인은 "장소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지난 회담에서) 뉴욕에서 1월에 만나기로 한 것은 단순히 양측에게 편리한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밝혀 융통성을 내비쳤다.

지난 12월 6자회담에서 양측이 금융제재 실무회담을 1월에 뉴욕에서 갖기로 의견을 모은 뒤 북한은 입장을 번복, 회담장소로 베이징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과 금융제재회담의 시기문제와 관련, 힐 차관보는 금융제재 문제는 미국 재무부가 주관하고 있는 사안이라면서 6자회담 프로세스와 병행해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6자회담 개최에 앞서 금융제재문제가 논의.해결돼야 한다고 주장, 6자회담 재개의 중대한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이와 관련, 알렉산더 로시우코프 6자회담 러시아측 수석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대북금융제재를 해제함으로써 북한에 대해 모종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그러나 "(금융제재 문제는) 미국이 얼마만큼 법을 개정하고 정책을 바꿀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법률적인 문제"라면서 "러시아나 중국.일본.한국도 북한이 계속해서 위폐를 만들거나 불법적인 금융조치를 취해도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힐 차관보는 18일 오전에도 김 부상과 또 한차례 만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후 케이시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힐 차관보가 베를린이나 방문을 앞두고 있는 서울.베이징.도쿄에서 추가로 김 부상을 만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힐 차관보는 중동 순방을 마치고 이날 독일을 방문하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에게 이번 협상 내용을 보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스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차기 6자회담이 충분히 준비돼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이번 접촉이 6자회담이 재개됐을 때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힐 차관보는 베를린 아메리칸 아카데미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차기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6자회담 주재국인 중국의 외교 일정을 감안해 개최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3년 6자회담 프로세스가 베이징에서 시작된 이래 힐 차관보는 김 부상과 베이징에서는 여러 차례 사실상의 양자회담 형태로 만난 바는 있지만 베이징 밖에서 명실상부한 양자회담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힐 차관보는 베를린 방문에 이어 19일부터 21일까지 한국, 중국, 일본을 순방할 예정이며 순방기간에 베를린 회담의 구체적인 내용과 차기 6자회담 및 금융제재 실무회담 계획이나 전망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베를린 워싱턴연합뉴스) 송병승 김병수 특파원 songbs@yna.co.kr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