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민지로 어느 '도시'를 선택하느냐는 '국가' 선택 못지 않게 중요하다.

도시별 인프라와 생활비,날씨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필리핀 태국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국가에서는 휴양지를 중심으로 은퇴 이민지가 발달하고 있다.

날씨가 쾌적한 데다 인구 집중이 심하지 않은 편이어서 장·노년층이 편안한 여생을 보내기에 적당하다.

반면 베트남 말레이시아 피지 등은 수도 등 대도시에 이민자들이 몰리는 양상이다.

○필리핀 바기오,태국은 치앙마이에 몰려

필리핀에서는 마닐라 북쪽 210km 지점에 위치한 여름 휴양지 바기오가 은퇴 이민지로 각광받고 있다.

해발 1300~1700m에 자리잡고 있어 연중 사람이 살기 좋은 온도(13~26도)를 유지한다는 게 필리핀 은퇴청의 설명이다.

대통령 별장을 비롯해 필리핀 유력 인사들의 고급 주택이 밀집해 있으며,대학이 10여개나 몰려 있는 교육도시이기도 하다.

소나무가 우거져 우리나라 자연환경과 닮아 친근감도 느끼게 해준다.


미군기지로 잘 알려진 수빅과 앙헬레스는 요즘 '뜨는' 지역이다.

이곳 역시 휴양지여서 장기 거주하기에 알맞다.

마닐라 동남쪽 40km 지점인 타가이타이는 해발 200~700m에 위치해 더운 편이지만 습도가 낮고 그림 같은 해변(바탕가스)과도 가깝다.

투자와 자녀 교육 목적을 겸하고 있다면 수도 마닐라를 많이 추천한다.

태국에서는 북쪽 치앙마이와 파타야,후아힌 등 정통 휴양지가 은퇴 이민 정착지로 꼽힌다.

치앙마이는 수도 방콕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고산지대여서 쾌적하고 인구가 적어 조용하다.

물가가 수도 방콕보다 훨씬 저렴해 장기 거주하기에 좋다.

외국인을 위한 임대주택도 풍부하다.

콘도미니엄과 같은 공동주택에는 수영장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말레이시아 몽키아라는 한국의'강남'

베트남은 '경제수도'인 호찌민시 주변에 이민자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특히 시내 중심부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남부 신도시 푸미홍이 인기다.

푸미홍은 대규모 고급 주택지로,골프장 수영장 외국계 병원 등 편의시설이 많다.

투자·사업이민을 겸하고 있는 교민들은 호찌민 국제공항 근처 팜반하이 지역에 많이 살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수도인 쿠알라룸푸르를 중심으로 한인들이 모여 살고 있다.

시내 중심부에 자리한 암팡 지역은 한국대사관과 한인회 사무실을 비롯해 한국 상점과 식당 등을 중심으로 '코리아타운'이 형성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인 몽키아라는 요즘 은퇴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고급 주거지다.

새로 조성한 신도시여서 현지 한인들 사이에서는 '강남'으로 불리고 있다.

피지에서는 한국인 이민자들이 수도 수바를 중심으로 폭넓게 거주하고 있다.

수바에서 차로 40~50분 떨어진 고급 주거지 퍼시픽하버도 추천하는 곳이다.

○코리아타운 '건설 중'

동남아 곳곳에서 은퇴 이민자들을 위한 코리아타운이 조성되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태국 펫차부리,필리핀 메트로마닐라,인도네시아 발리 등을 중심으로 한인 은퇴자들을 위한 주택단지를 대규모로 조성하고 있어서다.

다만 대부분의 주택이 수영장이 딸린 고급 형태여서 주변 주택보다 최고 두 배가량 비싼 게 단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인 은퇴자마을은 대도시 주변에 이미 형성돼 있는 기존 코리아타운과 별도의 생활권을 형성할 것"이라며 "생활 수준이 비슷한 은퇴자들끼리 모이면 타국 생활의 고립감을 피할 수 있는 등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