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거래를 사실상 금지하는 '동결계좌' 도입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증권주들이 랠리를 지속하고 있다.

동결계좌가 도입될 경우 증권사의 수익성이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 속에서도 증시의 연말 랠리 및 내년 상승 전망, 자본시장통합법 도입에 따른 산업 판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증권주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오전 11시30분 현재 대우증권(0.27%), 우리투자증권(0.98%), 삼성증권(0.19%), 현대증권(0.78%), 대신증권(0.64%), 동양종금증권(1.32%) 등 대형 증권사들이 대부분 나흘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는 가고 있으며, 미래에셋증권(2.98%), 동부증권(5.045), 메리츠증권(1.86%), SK증권(2.51%), 신흥증권(2.35%) 등 중소형 증권사들도 일제히 오르고 있다.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서울증권(3.82%)도 수개월째 지연돼온 지배주주 변경 승인이 이번 주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나흘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5일 합동간담회에서 미수거래가 발생한 계좌에 대해서는 1개월 동안 100%의 증거금을 적용하는 '동결계좌'를 내년 5월부터 도입키로 결정했다.

또 미수거래를 억제하는 대신 신용거래를 유도하기 위해 미결제된 매도대금을 신용거래에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신용거래 연속재매매를 내년 2월부터 허용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 같은 제도 변경으로 인한 증권사들의 영향에 대해선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길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초 증권사들의 자율규제로 인해 이미 미수거래 규모가 종전보다 크게 축소된 데다 신용거래의 연속재매매를 통해 기존 미수거래 수요를 일부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결계좌 도입이 증권사들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미수거래 비중이 큰 코스닥 종목의 거래 비중이 작아 동결계좌의 도입으로 인한 영향이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오히려 최근 불거졌던 신용거래의 연속재매매 불허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게 된 점, 시행 시기가 확정된 점, 시장의 유동성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감독당국의 의지를 확인한 점 등을 감안할 때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반면 동결계좌 도입으로 인한 증권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의견도 만만찮다.

최종원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동결계좌 도입이 증권사들의 영업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 밖에 없다"며 "자율규제로 미수금이 바닥권에 도달한 상태여서 어느 정도 충격을 완충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긴 했지만 앞으로 증시 상승과 함께 거래대금이 늘어나더라도 미수거래에 의한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증권사들의 영업수익도 예전처럼 빠르게 증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동결계좌 도입에 따른 증권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지만 주가에는 이미 상당 부분 반영이 됐기 때문에 추가 악재로서 역할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구철호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도 "이미 알려진 사항이기 때문에 주가 측면에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신용거래의 연속재매매를 허용하는 것만으로 미수거래 규제에 따른 레버리지 거래 축소를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전반적인 거래대금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대형사와 중소형사 모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 애널리스트는 "최근 증권주들의 강세는 증시 상승에 대한 계절적인 기대감과 함께 자통법 시행에 따른 증권사간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감을 배경으로 한 것"이라며 "하지만 실적 면에서는 이렇다할 개선 모멘텀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승세를 계속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